이름에 대한 썰

저는 '이름이 표선희'입니다.

by 표선희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것 같다. 이름 모를 남학생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드디어 러브레터를 받은 것인가? 그런데, 정말로 이르모를, 정체모를 남학생이 나랑 이름이 같은 '표선희'에게 보내는 사랑스러운 편지였다. 답장을 보냈다. 나는 그 아이가 아니라고. 나는 다른 '표선희'라고.


나는 분노했다. 러브레터의 주인공이 아니라서가 아니다. 내 이름이 똑같을 수 있다고?! 나름 이름이 특이한 사람으로, 인생 17년을 살아온 나의 자부심이 먹칠을 당하는 순간이었다. 이름이 특이한 이유로 그동안 수모를 당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의 이름은 표, 선, 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표선면, 표선리에 사는 '표선희'이다. 표선을 대표하는 여자.

사랑이 넘치는 교회,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 은행, 행복한 제주 주민센터, 참 교육으로 인도하는 교육청에서도 벌어졌던 일을 밝히고자 한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표선희요"

"아니, 이름을 말하세요."

"이름이 표선희입니다."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이름은 '표선희'가 아니라, '이름이 표선희'가 되었다.

신학기만 되면 항상 곤혹스러운 순간이 매 시간마다 이어졌다. 출석부를 부르시는 선생님마다 나의 이름을 두세 번이고 부르셨고, 앞에 나가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첫 번째 학생도 바로 나였다.


교통사고를 알리는 친구의 전화가 왔다. 남자 사람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뇌를 심하게 다쳤다. 다시는 원래대로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다. 혹시나 생명에 지장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시간이 지났고, 한 달 뒤쯤에 병문안을 가게 되었다. 뇌가 점점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그 남자 사람 친구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친구들 마다 이름을 불러 보라고 하셨다. 그 친구는 말했다.

"표, 선, 희"

친구의 어머니는 울상이 된 체로

"아이고, 아직도 얘가 정신이 안 돌아왔구나! 표선리라니!"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저의 이름이 표선희입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지금은 크게 다를 것 없는 이름 중에 하나가 되었다. 제주도민 여러분! 표선면 표선리 주민 여러분은 아시죠? 제 이름이 특이하다는 것을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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