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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o Nov 29. 2023

정말 좋은 이유가 없다면 모험을 거절하지 말자.

여행을 다녀왔다. 아침에는 달리기를 했고, 자기 전에는 일기를 썼다. 바에서 친구들을 사귀었고, 말이 통하지 않는 친구의 딸과 친구가 되었다. 묵어본 적 없는 숙소에서 묵어보았다. 사본 적 없는 가게에서 물건을 사보았다. 여행을 가면 모험을 하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나를 두고, 새롭게 동작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평소의 내가 어떻게 동작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과 내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일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간극을 좁히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특별히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이 간극을 좁혀야만 내가 쓰는 시간과 노력이 나를 위한 일이 된다.


일본에 도착한 다음날 애플 스토어에 갔다. 맥북프로를 사기 위해서였다. 지금 쓰고 있는 맥북프로는 아직 문제가 없지만, 6년 동안 썼고 무엇보다 꽤 무겁다. 그래서 새롭게 나온 맥북프로를 사고 싶다고 자주 생각했다. 마침 지난달 맥북프로가 새로 나왔다.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가서 들어보았더니 지금보다 오히려 더 무거웠다. 더 빠르고 더 새로운 기능도 지금은 필요 없었다. 새로 살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먹고 싶다고 생각한 가게도 막상 한 입을 먹어보니 딱히 재미가 없었다. 훌륭한 맛이었지만 익숙한 경험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은 내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일은 계획한 곳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동하는 동선 사이사이에서 생겼다. 생각지도 못한 모험을 만났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사람을 사귀었다. 즐거운 일은 우연히 일어났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장소들이 실패로 돌아가도 상관없을 정도로, 중간 과정에서 만나는 모험이 오히려 내게 꼭 필요한 일이었다.



가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될 때마다 리베카 솔닛의 책 ‘멀고도 가까운’에서 나온 ‘정말 좋은 이유가 없다면 절대로 모험을 거절하지 말자.’라는 문장을 떠올린다.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보다 더 훌륭한 일은 모험을 떠날 때만 만날 수 있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앞으로의 모험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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