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ho Jun 20. 2016

참,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스피치를 했습니다.

저희는 처음 공항에서 둘의 얼굴을 보았고, 배 타고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처음으로 전화를 나눴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둘의 여정이 여러 나라를 거치고 나니 올해로 사 년을 맞았습니다. 여름에 만나 여름을 셋 보내고, 이렇게 네 번째 여름에 식을 올리게 되네요.

5년 전, 어쩌다 정착한 서울은 대림이었고, 우연히도 걸어서 십오분 거리는 어머니 댁이었습니다. 반찬을 핑계로 만나기 시작하니 주말이면 모여 저녁을 먹고 있었고, 다 같이 앉아 시끄럽게 웃고 떠들며 술 따르고 있으려니 어쩐지 가족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어머니와 어머니가 처음으로 서로 얼굴을 뵙는 자리에서 상견례라는 단어 없이 차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식에 대한 것은 거진 언급도 없이 그저 어머니들 살았던 이야기, 우리들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어쩐지 또 가족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서로가 처음 만나 연애를 하며, 서로의 살아온 모양이 겹쳐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또 알아주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조금씩 다른 부분들을 사 년 동안 맞추고 고쳐가며 쌓았더니, 이제는 배고플 것 같은 시간에 미리 씨리얼 바를 건네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둘이서 손을 잡고 동네 산책하는 것이 가장 좋은 지금의 우리로, 아침에 일어나 부은 얼굴 보며 어이구 어이구, 할 수 있는 우리로, 주말마다 방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뛰노는 그런 우리로 오래오래 지내고 싶습니다. 그렇게 늙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