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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o Jul 01. 2019

둘이 가는 홍콩

The City of Hong Kong

출장으로 한 번 다녀왔던 홍콩(brunch.co.kr/@imadorable/61)을 이번에는 동거인과 함께 했다. 제주에서 직항으로 나갈 수 있는 해외 직항 편을 쭈욱 정리했더니, 도쿄와 오사카를 제외하고 — 출장이 잦아질수록 일본 여행의 선호도가 줄어가고 있다 — 중국과 대만 그리고 홍콩이 남았다.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마음에 중국을 제외하고, 아는 바는 많지만 끌리는 것이 적었던 대만을 넘어, 결국 언젠가 다시 가고 싶다던 홍콩이 당첨되었다. 일요일 새벽에 출발해서 토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결제했다. 힘든 여행은 다시 하지 말자던 다짐을 올해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여섯 밤을 보냈다.

비행기는 언제나 창가자리에 앉는다. 대기권을 지나며 내 피부가 자외선에 데워져도, 내려가며 볼 수 있는 장면들은 놓치고 싶지가 않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크다던 76미터의 조각상을 구경하는 호사를 누렸다.

공항 철도를 타자마자 벽들을 마주했다. 시내의 저 멀리 외곽에서부터 집의 장막이 둘러져 있었다.

도시에는 색이 가득했다.

차분한 재료도 빛바랜 페인트도

위태로운 간판도 구멍같은 창문도

고루해 보이는 장소에도 눈에 띄는 색 하나씩은 품고 있었다.

다른 장소에서 같은 색을 쓰고 있는 일도 잦았다.

한 동네 안에 층고와 위치, 혹은 주인에 따라 모양새가 변했다. 함께 살고 있지만 층위를 달리했다.

홍콩섬 전체에서 앞뒤 다투어 벽면을 내세우니, 이름 없는 골목에서도 눈은 멈출 새가 없었다.

전통시장 혹은 로컬마켓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가이드북이 말하는 재미를 찾는 경우는 드물었다. 유서있는 장소를 개조해 전시관과 가게들을 들여놓고 홍보하는 곳에서도 김새는 일은 여러번 있다. 

노점상 할머니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의 대화는 모두 계산기로 이뤄진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자막을 싫어했다. 어릴 시절을 휩쓸었던 홍콩 영화는 그래서 손에 꼽을 정도로만 보았다. 하루를 느긋하게 보내자며 넷플릭스를 켰더니, 제공하는 홍콩 영화의 양과 질이 달랐다. 우리는 침대를 떠나지 못했다. 다음 날, 화면에서 보던 사진들이 찍혔다.

우산을 살까 말까 하루에 열번씩 고민하게 만드는 소나기였다. 이만원을 아끼고 이따금 찝찝함을 업었다.

우리가 갔던 가장 시끄러웠던 장소와 가장 조용했던 공간.

빌딩과 빌딩의 사이에서, 골목의 끝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같은 색을 쓰고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시위가 시작되었다. 광화문에서 촛불을 든지 2년 반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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