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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o Jul 11. 2019

홍콩에는 먹으러 왔습니다.

항공권과 숙소 예약 내역만 들고 우리는 홍콩에 왔다. 환전도 따로 하지 않은 채, 집에 남아있던 미국 달러를 몇 장 들고 온 우리가 믿는 구석은 음식이었다. 중국이었다 영국이었다 홍콩이 된 이 나라에 우리는 먹으러 왔다.

여행 둘째 날, IFC몰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와중 옆자리에서 카메라를 보고 말을 걸어왔다. 뉴욕에서 살다가 홍콩 여자를 만나 결혼 후 이곳에 정착한 지 1년이 되었다고 했다. 그 날 저녁, 우리는 그가 추천해 준 음식점에 갔다. 서울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던 그와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무슨 일을 하냐는 주제를 넘어, 여행 이야기를 하다 추천할 만한 곳이 있느냐고 질문을 했다. 한참을 고민하는 그에게 — 나도 알아 지금 그거. 제주도에 살면 사람들이 꼭 쉽게 물어보는데, 상대방의 취향을 잘 알아도 선뜻 권하기 힘든데, 대답하는 거 어렵지 그치. 스몰토크 하다가 딱히 할 말 없어서 나온 질문이니까, 노 프레셔 — 말했지만, 물어보길 잘 한 곳이었다.

차례차례 홀케이크를 포장해 나가던 파인푸즈는 마지막 날 들렸다. 홍콩섬에서만 엿새를 있다가,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바다를 건너 둘러보았다. 호텔 지하에서는 음향기기 박람회를 하고 있었다. 잠깐 무간도를 떠올렸다.

지하철 역에는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차와 빵이 항상 구비되어 있었다. 부족해진 허기를 능숙하게 채워주었다.

아침에는 이름 모를 죽집에 들러 주변 사람들의 그릇을 훔쳐봤다. 번역기를 돌린 영어 메뉴를 보며,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죽 하나, 실패할 수도 있는 죽 하나, 그리고 전병과 튀김빵을 시켰다. 넷 다 성공이었다.

지점마다 같은 온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맞는 사람에 따라 나누는 대화가 달라졌다.

먹는 양이 많지 않아 시키지 못한 메뉴가 몇 번 있었다. 가게를 나오면 꼭 아른거렸다. 메뉴를 네 개씩 주문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몰릴 시간을 좀 비껴갔더니, 한 켠 에서는 만두를 빚고, 또 한 켠에서는 돈을 세었다.

말끔한 카페가 곳곳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왜 사람들이 싫어하는 지도 알 수 있었던 메뉴였다. 진한 생달걀의 맛을 했다.

우연히 들어간 에스컬레이터 옆 피자집에서는 놀랄 만큼의 환대를 받았다.

질 좋은 커피집이 온 동네에 다 있었다. 관광객이란 그만큼 돌아다니는 존재였다.

작은 접시에 조금씩 나오는 맛있는 것들을 여러 번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좋아합니다.

서로의 가게를 찾아 동선을 맞췄더니 근사한 곳이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 (상단의 사진과는 관계없음)

새우를 싫어하는 사람도 완탕은 좋아졌다. 메뉴에 있든 없든 유채 볶음을 요청했다.

홍콩에서 많은 카페를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중에 으뜸이라면 앰버 커피 브루어리였다. 이름에 "브루어리"라고 붙여놓은 모양이 부끄럽지 않을 맛이었다.

떠나는 날의 마지막 식사는 크리스탈 제이드였다. 선택지가 많아 공항을 한참 둘러봤고, 중앙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명망 있는 곳에 눈을 빼앗기고 말았다. 다음에는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만큼 먹었지만 그만큼 걸었더니 살은 찌지 않았다. 다시 먹으러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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