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삶을 시작한 지 3년이 되었고,
어느덧 두 번째 집에 이사 온 지 5개월이 되어간다.
누군가 짐 정리는 끝났냐 물으면,
아직 어지럽다며 여전히 정리 중이라고 웃곤 한다.
나는 무엇이든 오래 지켜보고 충분히 고민한 다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라. 새로운 집을 나만의 공간으로
바꾸는 시간 또한 나의 속도로 맞춰가고 있다.
글감을 의뢰받고 둘러본 우리 집에는
나와 오랜 시간 함께 삶을 쌓아온
익숙한 것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8살 처음 가지게 된 ‘나의 장롱’을 시작으로
책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부터 조금씩 늘려온 3개의 책장.
20살에 가지게 된 ‘첫 침대’와 내 의지로 골랐던 책상.
그리고, 1인 가구의 삶을 시작하고 1년이 되던 해
마음 먹고 샀던 소파와 지금 집의 거실 선반까지.
가족들과 함께하는 집이 조금씩 넓어지며,
내 방이 생기고, 내 집이 생기는 과정을 통해
사소한 기억을 나누고 있는 것들로 채우고 있었다.
집을 정리하며 최소한의 마음을 쏟을 수 있는 것만 남기고
방치되고 있는 것들을 버리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