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이 일종의 게임이 되어버린 건에 관하여
이별 후 혼자 있는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이 실체없는 고통을 잊어보려 또다시 타인을 찾아 헤맸나보다. 한두 번 소개팅을 하다 보니 점점 '게임'으로 느껴졌다. 애프터 승률에 집착하는 내 자신을 보며 솔깃이 놀랐다.
내가 경험한 '소개팅 애프터 승률 높이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보통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긴머리에 웨이브, 여성적 굴곡이 드러나는 적당히 붙는 옷과 치마, 로우톤에 조곤조곤한 말투, 최근 들어 빠진 몸무게로 적당히 날씬해보이는 몸매가 되니
과거에 했던 소개팅과 다르게 애프터가 거의 들어왔다. 승률로만 따지면 5명 중 4명.
(안 들어온 1번을 생각해보면, 유감스럽게도 통바지 스타일 청바지에 털털한 차림이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물론 누가봐도 예쁜 얼굴이면 대충 입어도 되겠지만, 나는 평범한 얼굴의 소유자다.)
소개팅 애프터란 보여지는 것, 즉 외모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방과 내가 잘 맞는지 고민하기보다는 첫만남 후 애프터를 받기 위해, 또 애프터 후 삼프터를 하기 위해서,
점점 게임 퀘스트깨듯 다음 단계를 생각하는 나 자신에게 쓸쓸함 내지 어떤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원체 털털한 여자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이걸 숨기고 조신하게 앉아서 얍실하게 나를 계속해서 꾸미는 게 어려웠다. 상대방을 평가의 대상으로 먼저 보는 이 게임에서 진정 내가 승자가 되기는 어려웠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소개팅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직 나를 보여줄 준비도, 타인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혼자 있는 고통의 시간을 즐거움의 시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 게임을 잠시 멈춰야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