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하면 아닌 거다
우연히 만난 그 남자는 처음에 적극적이었다.
내게 먼저 번호를 물어보고, 선톡을 하고, 밥을 먹자 하고, 우리는 그렇게 세 번의 데이트를 했다.
이제 결혼을 위한 연애를 하고 싶다던 그는 소개팅을 수십 번 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연애는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본인은 원래 눈이 높고, 이제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것도 귀찮다고 했다.
결혼을 하고 싶은데, 연애를 하면서 맞춰주기는 싫다는 그의 말이 상당히 의아하게 들렸지만 그때는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데이트 후 그는 일상적인 카톡은 계속 보냈지만, 서로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멘트는 하지 않으면서 감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관계가 진전되지는 않는데 카톡만 꾸준히 왔다. 그래서 먼저 당신을 한번 더 보고 싶은데, 다음에 또 볼 마음이 있는 건지 물었다. 그랬더니 만날 마음은 있는데 아직 확신이 없다며 그래도 괜찮냐고 오히려 내게 물었다. 그래서 애매하면 아닌 거라고, 그동안 즐거웠다고 끝냈다.
누군가는 내게 밀당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제 내게 확신을 주는 남자가 아니라면 굳이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세 번의 만남 동안 솔직하게 내 가치관을 오픈했으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더이상 누군가의 애매함 속에 나를 던지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 소중하다. 진심으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상대에게만 맞춰주고 에너지를 쓰고 싶다.
감정적으로 미숙하거나 관계맺기를 두려워하는 사람과는 만나고 싶지 않다. 서로의 상처를 감수하고 보듬어주며 성장하는 그런 관계를 원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