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기상

by 김태연



6시만 되면 눈이 떠진다. 평일에는 5시가 좀 안된 시간에 눈이 떠진다. 거의 강제 기상하는 셈이다. 미라클 모닝, 아침형 인간. 원하지 않는 강제 기상은 맥이 빠지지만, 그럴수록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가령 강아지에게 밥을 준다거나, 캡슐 커피를 내린다거나, 여하튼 몸을 움직여야한다. 커피를 마셔도 잠이 덜 깬다면 덜 깬채로 있어도 된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아침이니까.


그럼 나는 뭘했더라.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난 편이다. 어제 밤에 중간에 깨서 다시 약을 먹고 잠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중간에 깨지 않았더라면 쭉 잤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평소처럼 일찍 일어났을것이다. 잠은, 무한정일것이라도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잠은 한정적이다. 사람이 잘 수 있는 한계는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잠이 많은 남편도 비행기에서 자다 자다 지칠정도였으니 말이다)


강제 기상을 하면 좋은점은 뭐라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멍도 때릴수 있다. 다들 명상이라 하지만, 나는 명상은 어렵다) 쌓아둔 설거지가 보기 싫어 손을 분주히 놀린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그것도 커피를 한번에 두잔이라 마실 수 있는 시간이나 남는다. 나는 주로 이시간에 감사일기를 쓰는 편인데, 감사일기의 내용이 매일 똑같다. 똑같은 감사를 매일 하는 셈이다. 누구한테 하는것일지 모를 감사일기지만, 그래도 그냥 쓴다. 쓰면 좋다 하니까 쓴다, 뭔가 큰 의의를 두진 않는다. 의의를 두면, 기대를 하기 때문에. 감사일기가 소망의 일기로 변하는건 한 순간이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기대하지 않는 마음으로 쓴다. 정말 그냥 쓴다.



이렇게 강제 기상을 해도, 뭔가를 안하는 날도 있다. 일어나면서부터 기분이 불쾌한 날이거나, 몸이 찌뿌둥한날엔 뭔가도 하고 싶지않은 그런 날이 된다. 그런날엔. 나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 자체가 더 힘듬을 나는 알고 있지만, 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면 짜증만 솟구칠것임을, 알기 때문에.

(며칠전이 그랬다. 뭘 해도 힘들어 힘들어, 라고 수없이 말하며 일어나서 움직였다)


어제는 반가운 손님들이 왔었다. 다들 회사가기 싫다고 말하는 와중에 나도 집에 있기 싫다고 말했더니 다들 웃었더랬다. 회사 가기 싫은 맘이나, 전업주부가 살림하기 싫어서 집에 있고 싶지 않은 맘이나, 다들 똑같구나 싶었다. 뭘해도, 쉬고싶은건 다들 한마음 한 뜻이다.



오전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을때, 음? 생각보다 안덥네. 싶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라도 나가야 하나, 나는 핸드폰을 켜고 날씨를 본다. 1시에 비가 올 수도 있다는 예보와 함께 오늘 최고 낮 기온이 33도 까지 올라간다는 숫자를 보자마자 바탕화면을 꺼버렸다. 이런날은 못가겠어. 라고 선언하면서.


마음같아선 서점이라도 가자고 말하고 싶은데, 아이들이 재미없다 생각할까봐 말을 하지 못한다. 서점은 꼭 안가도 된다. 그냥 에어컨 빵빵하게 잘 나오는 곳이면 찬성이다. 이렇게 덥다니. 비오려고 더 더운건가, 33의 숫자가 머릿속에 박혔다. 계속 떠나질 않는 숫자다.


강제 기상을 했으니,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오늘은 일요일이니 쉬기로 한다. 하루가, 길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