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아닌 떡볶이

by 김태연



오늘의 저녁 메뉴는 떡볶이였다. 나가기 싫어하는 큰애를 데리고 나가서 큰애가 사고 싶다는 게임에 관련된 책을 사주니 금세 마음이 풀어졌는지, 슈퍼에선 장 볼거리를 척척 골라왔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돌아오기 전에 슈퍼 앞에 있는 떡집에 들러 떡볶이 떡을 샀다. 남편이 오면 해달라고 할 참이었다.

국수를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자신 있게 떡볶이를 외치던 나의 큰아이에게는 자신감이 묻어나 있었다.

그 매운 걸 먹겠다고? 묻는 내 물음에도 자기는 먹을 수 있다며 의기양양하게 대답하는 큰아이의 대답에, 그래 뭐 어차피 내가 할거 아니니까. 란 생각으로 될 대로 되란 식이었다. 어차피 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떡볶이만큼은 자신이 없었다. 한 번도 제대로 맛있게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남편이 일찍 오기만을 기다렸다. 전화해보니, 남편이 늦을 것 같다는 말에 어째야 하나. 나는 고민에 휩싸였다.


안 하면 그만이었다. 그냥 대충 차려주면 될 일이었는데, 갑자기 오기심이 발동했다. 한번 해 봐? 싶은 마음에,

양배추를 썰고, 어묵을 잘랐다. 고추장을 물에 아주 조금 풀면서, 잘라둔 재료를 넣었다. 마지막으로 드디어 떡볶이 떡을 넣으면서, 나는 이걸 진짜 먹을까 애들이? 그런 생각을 했다. 나 자신을 믿지 못했던 것이다.


이상한 떡볶이였다. 난생처음 해본 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맛은, 그냥 맛은 안 나고 약간 단 떡볶이였다. 당연했다. 고추장이 숟가락에 반도 채 안 들어갔고, 떡은 양념이 배어있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부풀어 오른 떡이 불다 못해 터질까 봐 얼른 인덕션의 전원을 껐다. 이건 무슨 맛이지? 먹어본 적이 없는 맛이야. 이도 저도 아닌 맛은 뭐지? 싶은 거였다. 열심히 게임상에서 지하철을 만들고 있는 큰아이를 불렀다. 먹어봐. 맛 좀 봐줘.


아이는 국물을 한입 먹더니 맛이 괜찮다 했고, 떡을 먹더니 떡은 양념 맛이 안 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둘째 아이는 아직 어려서 매운걸 잘 못 먹으니 이렇게 먹을 수밖에 없노라. 적정한 핑계를 댔더니 알았다며 수긍하는 큰아이였다. 일단은 아주 첫 번째 미션은 성공한 것 같았다. 만들었어. 니가 해달라는 거 내가 해줬다.라는 마음이었다. 떡볶이를 식탁에 올리고, 아이들을 불렀다. 둘째 아이는 지레 겁먹고 안 먹겠다는 걸 살살 달래 보았다. 양념이 배이지 않은 떡볶이를 열심히 먹는 큰 아이는 내게 맛있다고 했다. 얘가 왜 이래..

나는 약간 놀랐지만, 짐짓 모른 체 하며 둘째 아이에게 먹어보라고 권유했다.

둘째 아이는 나의 권유 및 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떡을 베어 물었는데, 취향에 맞았는지 그 뒤로도 계속 조금씩 먹었다. 자리 잡고 먹진 않았지만 왔다 갔다 하면서 먹는 걸 보니 그리 나쁘진 않았나 보다.

둘째 미션도 성공이었다. 물론, 내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간도 안 배었고, 무슨 맛인지도 표현을 못하겠는 어디에도 없는 맛이었다. 아, 이런 게 애들 입맛인가.


밥까지 국물에 비벼먹은 큰아이는 마지막으로 요구르트 한 개를 먹고 나서야 이렇게 떡볶이를 먹는 거라며 내게 굳이 알려주었다. 양배추랑 어묵만 조금씩 건져먹은 나의 표정은 안 봐도 훤했다. 그래, 니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겠지. 분명 순순히 수긍하는 표정이었으리라.


두 아이의 취향에 얼결에 맞은 떡볶이는, 그렇게 팬에서 점점 줄어들었다.

나의 걱정 무게도 점점 그만큼 줄어들었다. 이렇게 한 끼 어떻게든 해결하는구나. 나는 제법 뿌듯했다.

이도 저도 아닌 내 떡볶이가, 취향저격을 했다니! 제법 실력이 늘어난 걸까? 그래도 혹시 모른다. 아이가 그냥 엄마의 기분에 맞춰주기 위해 열심히 먹었을지도. 아아, 그런 거라면 너무 슬플 것 같다.

남자 친구한테 차인 마음일 것 같아. 제발 그런 마음만은 아니길.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 먹은 아이들에게 씻으라고 재촉했다.

떡볶이를 손수 만들어주며 걱정하던 엄마는, 그새 다시 으름장을 놓는 엄마가 된다.

엄마의 얼굴은 대체 몇 개일까.

나는 조금, 양심에 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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