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맞는 건 피곤해요

by 김태연



요즘에는 안 맞는 건 피곤하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든 맞춰가려고 했는데 저 사람이 날 싫어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기분도 살피고 그랬다. 물론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거니 기분이 상하게 하면 눈치를 살펴야 하는 건 맞는데,

이제는 오해하거나 상대방이 기분이 상했다고 말하면, 적당히 사과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전전긍긍 거리지 않는다. 너무 스트레스받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냥 안 맞는다 생각하니 속이 편하다. 대신 거리를 두게 된다.


자식이랑도 안 맞아서 피곤해 죽겠는 인간관계인데 타인이랑 억지로 맞추려니 죽을 맛인 거다.

이제는 오해하면 내버려 둔다는 책들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정말 너무 감정을 소모하면, 다시 추스르는데 오만가지 힘이 다 들어간다.

나는, 그게 이제 귀찮고 싫어졌다.




나도 한 예민하는 여잔데, 사실 나는 남의 말을 잘 귀담아듣는 편이 아니다. 고백하지만, 나는 정말로 남의 말을 잘 흘려듣는다. 나는 내가 중요한 여자라, 별로 타인에 대해서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내가 남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나는 타인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신경을 쓰면 쓸수록 멘털이 탈탈 털린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미안하게 생각하고, 내가 자꾸 신경 쓸수록 소모되는 건 나였다.


나야말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귀도 얇아서 진짜 그러면 그런 줄 안다. 내가 판단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아아, 이 갈대 같은 마음. 이랬다가 저랬다가 휘둘리다 보니 진짜 내가 없어진다. 사과하고 싶지 않은데 사과해야 하고, 눈치 보고 싶지 않은데 눈치 봐야 하는 이 상황.. 정말 끊어내기로 했다.


어제는 아이랑 실랑이를 벌이다가 폭발해버렸다. 내 밑바닥이 드러났다. 인내심의 한계가 온 것이다. 말끝마다 치사하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어찌나 화가 나던지. 내가 니 친구야?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내가 니 친구야? 너 그런 말 어디서 배웠어. 그런 말은 친구한테 가서 해 나한테 하지 말고. 엄마가 만만해 보여? 엄마도 사람이라 기분 나빠. 그런 말 할 거면 나가. 안나가? 내가나가? 난리난리가 났다. 저 치사해라는 말 때문에 열받은 건 아니었고, 그전에 한 말에 열이 받았는데 계속 치사하다는 꼬리표를 붙이니 화가 난 것이다. 그야말로 성냥에 불 붙인 격이었다. 나는 활활 타올랐고, 놀란 아이는 어쩔 줄 몰라했다. 나도 이런 내가 그 상황을 지나고 보니 정말 싫었다. 그렇게 화내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도 나를 어쩔 줄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내가 낳은 아이랑도 안 맞아서 힘든데, 어른은 더 피곤하다. 아우, 상대하기 힘들어. 그래 너 잘났다. 그렇게 생각해버린다. 나는, 타인에게 내 감정을 쓸 여유가 없다. 타인도 물론 내 감정에 쓸 기분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니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겠지.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타인의 말에 휩쓸렸던 지난날들이 후회된다. 내가 보고 판단했어야 했는데, 왜 타인의 말로 함부로 판단했을까. 싶은 거다. 돌이켜보니 그랬던 어린 내가 참.. 어렸다.


내가 보고 내가 느낀 대로 판단해야 나중에 후회를 안 한다. 정말이다. 몇 년 살진 않았지만 살아보니 그렇더라. 오해하는 경우도 많고, 이해 안 되는 행동들도 내가 판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거리를 둬야겠다 생각하는 사람은 거리를 둬야 한다. 그래야 내 속이 뒤집어질 일이 없다.


아들이랑은 잘 풀었지만,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본다. 나는 아들의 눈치를. 아들은 나의 눈치를 본다.

한집에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나 보다. 아아. 이 어려운 관계란..

마음의 응어리가 풀려야 서로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웃으려나.

참.. 어렵다.


작가의 이전글성격유형에 안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