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쌓였다. 자고 일어나니 집이 엉망이다. 이 속에서 내가 잠든 게 신기할 정도로 집이 난장판이다. 심지어 우리 큰아들은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났다. 잠이 안 온단다. 덕분에 나도 그즈음 잠이 깼다. 잠이 와서 다시 자고 일어나니 오전 6시가 좀 안된 시각이다. 나는 이를 닦고 와서 싱크대를 보고 한번 한숨을 쉬었다. 엄두가, 안 난다.
어제는 한창 영화관에서 하던 영화를 결제해서 VOD로 보고 난 후 바로 잠이 들었다. 잠에 들면서도 걱정했다. 어쩌지 집이 난장판인데.. 난장파안... 하면서 잠든 것 같다. 알면서도 잠이 너무 강력했던 탓이다. 일어나서 엉망진창인 집을 한번 더 돌아볼걸 그랬나. 그랬으면 일어났으려나. 아니다 그러진 않았을 거다. 너무 졸렸던 나머지 씻지도 않고 그대로 늘어져 잠들어버렸으니 봤어도 치우지 못했을 것이다.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거실부터 치워야 할지, 설거지부터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한다. 고민'만'한다.
왜 우리 아들들은 잠이 없을까. 둘째 아들도 나와 같이 일어났다. 아직도 자고 있는 건 우리 남편뿐이다. 그렇다고 늦은 시각도 아니다. 이제 겨우 내가 일어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아들들이 잘못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내가 잘못인가. 누구의 잘못인가. 나는 생각해본다. 이 시간엔 커피숍도 안 열었다. 아!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은 열었으려나. 뭐 이런 류의 생각들을 하며 빈 화면에 글씨를 채운다. 원래 일상은 이렇게 소소하고 쓸 일 없는 생각들로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지. 다 쓰고 나면 설거지부터 해야겠다. 주부란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 설거지인가. 그래서 설거지옥이란 말이 생긴 것인가.
아침 7시도 안 됐는데 해가 쨍쨍하다. 오늘도 엄청 덥겠네. 폭염주의보가 발표되려나. 여름은, 여름 안에서도 다양하다. 장마도 오고, 태풍도 오고, 폭염주의보도 온다. 그냥 덥기만 한 게 아니라 비가 엄청 오는 날도 있고, 더는 안 오를 것 같은 날씨에도 더 오르는 온도가 있다. 한 가지의 여름만 가지고 있지 않은 여름이, 낯설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 우리는 이런 여름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나는 사실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위에 약하기도 하지만 아토피인 내 피부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습한 날씨에도 피부가 뒤집어지고, 너무 더워서 땀이 나면 또 그 땀 때문에 뒤집어진다. 여러모로 피부에는 좋지 않다. 로션을 발라도 땀이 뒤범벅이 되면 다시 자극이 되어 몸이 엉망진창이 된다. 지금도 내 몸은 피부가 왜 그러냐고 다들 물어볼 정도로 상처투성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여름에도 긴바지나 긴치마만 입어야 한다.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대답해주기 귀찮기 때문이다.
피부만 안 그렇다면, 나는 여름을 좋아했을까.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더운 건 정말 너무 힘들다. 우리 시어머니 말씀에는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다고 하셨다. 점점 더워지는 이 느낌.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작년보다 덥다고 느끼고 옛날보다 더위가 더 빨리 시작된다고 느낀다.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마른 고무장갑이 나를 기다린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해야'하'는데 '하'지않는 나의 이 천성 같은 게으름에 감탄한다.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 성격이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