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by 김태연



제목도 쓰기 어려운데 소제목을 쓰라니. 엄청난 숙제를 가져온 느낌이다. 그래서 한 번도 소제목을 써본 적이 없다. 애초에 어려운 건 피해버리는 내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소제목이 제목보다 더 쓰기 어렵다.

어려우면 시간을 많이 뺏긴다.

그걸 생각하느라 정작 중요하게 써야 할 말을 잊어버릴까봐 쓰지 않는다.

쓴다고 달라질 일도 아니고 안 쓴다고 달라질 일도 아니었다. 그냥 소제목은 소제목일 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잘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처럼 생초짜(?)인 사람이 제목을 짓는 게 얼마나 번거롭고 어려운 일인지. 아마도 나와 비슷하게 결이 맞는 사람은 느끼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애초에 소제목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습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그 덕분인지 나의 컨디션은 거의 기어가다시피 유지를 하고 있다. 남편이 어쩌면 그렇게 많이 잘 수 있느냐고, 머리만 대면 잔다고 어제인가 그랬더랬다. 나는 알고 있었다. 잠은 그냥 보충수단일 뿐이고, 사실은 체력이 저질이다 못해 거의 바닥에 눌어붙은 껌 같다는 것을.


이상하게도 그런 날은, 뭔가 먹고 싶지도 않았다. 입맛도 떨어진 탓이었다. 그냥 눈만 감겼다. 아이들이 눈앞에 있든 있지 않든, 엄마의 임무는 잊어버린 것 마냥 쪽잠이 계속 찾아왔다. 나는 계속 잤다. 낮에도 자고, 밤에도 약을 먹고 잠들었다. 그냥 끊임없이 잠들었다.

제대로 깨어있는 시간이 5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원래 컨디션이라는 게 늘 좋은 건 아니잖아? 자는 나를 깨워 제발 씻고 자라고 말했던 남편에게 샤워하고 나온 내가 얘기했다.

억지로 씻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어쩌면 씻는다는 행위 자체는 기분이 안 좋았어도 덜어주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일어날 땐 천근만근이었는데, 막상 씻고 나니 그 천근만근 했던 몸도, 난조의 컨디션도 조금 올라오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은 쓸 말이 없었다.




쓰고 싶은 말이 없다니!

애초에 쓰기로 맘먹고 시작한 일이 아니던가? 그래 사실은 인정하지. 나는 요즘 회의감에 빠지는 중이다.


의심하는 마음이 꽈리를 틀자 막상 쓰고 싶은 말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나는 나를 알아가기로 한 것이 아니었나? 갑자기 왜? 알아간다는 건 뭐지? 알아서 뭐할 건데? 의심은 의심을 물고 늘어진다. 아마도 오전에 쓰지 않아서 그런 걸까.


그래. 나는 요즘 생활패턴이 엉망이다. 잠이 부족하니 사람이 엉망일 수밖에. 잠이 이토록 중요한 것이었다니. 최근 들어 깨닫는 중이다. 아, 나라는 여자는 잠이 엄청나게 중요하구나. 괜히 비싼 침대가 있는 게 아니었어. 수면의 질이라는 게 하루를 좌지우지하는구나. 라면서.


그렇지만 잠은 계절 탓도 있을 것이고 밤 시간이 아까운 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방학이 나의 잠에 꽤나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세 가지가 결합되니 잠이 부족한 또렷한 이유가 생겼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나는 서른 중반에서 이제 후반으로 넘어가고 있는 여자이니 말이다. 물론 이 얘길 듣는다면 우리 엄마가 코웃음 칠게 분명하지만.


아마 그래서 어제 하루 종일 밀린 잠을 자느라 정신이 없었을 테지. 그렇게 생각하니 나에게 느슨해진다. 그래, 그랬을 테지. 잠이 부족했던 거야 그동안. 12시 넘어서 잠들고 6시도 안 돼서 깼으니 나처럼 체력도 저질인 여자한테는 쥐약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내게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쓰다 보니, 이유가 나오는군.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기로 한다.



서점에 쥐약(?)인 아이들은 나와 요즘 전쟁 중이다. 말 안 들을 거면 서점 갈 거야. 어찌나 지루한 표정인지. 그 얘길 들으면 거기만은 절대 싫다 말한다. 책과 멀어진 건 둘째치고 조용히 해야 한다는 나름의 압도적인 분위기를 애들도 아나보다. 자유 그 자체인 아이들이 그 분위기를 싫어하는 건 당연하다.


나는 애들이 말을 안 들을 때 버티다 버티다가 결국 나름의 협박을 한다. 그런 식이면 곤란해. 엄마 그럼 서점 갈 거야라고. 방학 때는 내가 대장이라서 내가 가면 무조건 따라와야 하는 큰아이와 작은 아이는 서점이라는 말만 꺼내도 또? 이런 표정을 짓는다. 엄마 이제 그만 사.라고 말까지 나올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런데도 그림책 한 권씩 골라와.라고 말하면 어디서든 잘도 골라온다. 엄청 무심한 표정과, 세상 지루한 얼굴은 옵션이다.


서점이 싫으냐니 싫단다. 얘들아 도서관은 더 해. 하니 뜨악하는 표정이다. 나는 내 큰아들이 그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둘째는 아직 뭘 몰라서 음? 그게 뭔데?라는 얼굴이다. 그래도 서점이 조용히 해야 하는 곳이란 것만은 아는 것 같기도 하다. 싫다.라고 느끼는 정도면.



이 정도면 반 협박과 회유를 해서 가야 한다. 앞으로는 서점 갈 때마다 사탕이라도 쥐어줘야겠다. 서점이 그런 기억으로 남으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서점은 죄가 없다. 그저 자유분방한 우리 아들들이 관심이 없는 것뿐.


생각해보면 나도 서점을 좋아하게 된 지 오래된 것 같진 않다. 이런 나도 있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리고 오늘 다녀왔다. 남편은 나 혼자 거리에 내려놓고 아들들을 데리고 미니언즈를 보러 갔다.


그 귀여운 미니언즈들을 안 보다니! 그래,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온전한 정신이 어디 있겠는가. 가면 잠들 것 같아서 안 갔다. 아니다. 나는 폐소 공포증이 있어서 어둡고 갇힌곳에서는 오래 있지 못한다. 아마도 그런 이유일 테지. 옆에는 조금 걸어가면 교보문고가 있다.


내 생에 꼭 한 번은 서(점이근처에있는)세권에서 살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교보문고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다가 결국 끝날 때쯤 되어 내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밥도 안 먹고 그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왔다. 아이들은 영화를 보느라 집중해서 피곤했고, 나는 서점을 좋아하지만 거의 2시간을 내내 서있었기 때문에 집에 빨리 오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집에 와서 잤다. 그래 잤다. 또 잠을 잤다.



소제목을 잠자는 아줌마로 써야 하나. 진지한 고민을 하며 잠에 질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떻게 하면 잘 잘 수 있을까. 밀도 있는 잠이란 뭘까.

잠이라는 글자에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물고, 물다가 지치겠군. 잘 자는 건 어렵네.

나는 10시 전에 자야 잘 잘 것이라는 생각의 끝을 내리지만, 절대로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고.

10시라니? 양보 못해. 라며 차라리 피곤하고 말겠어.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럴 거면서 왜 이리 열심히 생각한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는 사람 마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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