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 혓바늘이 돋았다. 그래 돋아날 시기가 되었구나. 이제 막 겨우 방학한 지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꽤 피곤했나 보다. 나는 종합 비타민을 입속으로 한알 털어 넣으며 오늘도 막 지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혓바늘이 돋다니, 돌밥 돌밥이 괜히 있는 말은 아니었다. 아침 차리면 점심때가 금방 왔고, 점심 먹고 나서 조금 있으면 허기지니 간식도 먹어야 했고, 간식 먹고 나면 저녁 차릴 때가 왔다. 정말 돌아서면 밥이었다. 나는 종종거리며 부엌에서 서성 거리기도 하고 지나치게 많이 커피를 마실 때도 많았다. 각성은 전혀 되지 않았다. 피곤함만 쌓일 뿐.
물론, 나의 책임이 더 컸다. 아이들은 조용했지만, 내가 나를 들들 볶은 셈이다. 저질 체력으로 12시 넘게 안 자고 버틴 것도 용했다. 요즘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아까운 시간들. 나는 그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며 유튜브에 늘어져 있는 수면 음악들을 골라 듣는다. 요즘엔, 아이가 하는 마리오 게임 음악이 마음에 들어 찾아 듣는다. 밤마다 마리오 파티가 내 핸드폰 안에서 팡팡 터진다. 나는 그 음악을 들으며 아이가 하는 마리오 게임을 생각한다. 점프점프. 귀여운 마리오. 아, 귀엽기엔 나이가 좀 들었나? 아저씨였던 것 같다 마리오 나이를 대략 가늠해보면. 아무래도 콧수염 때문에..?
잠들기 싫은 매일 밤. 나는 덕후처럼 요즘 한창 대세인 드라마의 짤들을 보면서 설레는 마음을 달랜다. 남자 주인공들은 왜 죄다 이렇게 잘생긴 건지. 여자 주인공들은 왜 또 다 이쁜 거야. 선남선녀가 아줌마 마음을 콩닥콩닥하게 한다. 옆에서는 침 흘리며 잠에 빠진 내 남편이 있다. 뭐, 그래도 괜찮다. 나도 한때 이 남자가 콩닥콩닥하게 해 줘서 결혼한 이유도 있을 터니. 저 남자가 저렇게 자고 있는 건 삶의 고단함에 지친 걸 테지.
나는 남자 주인공의 박력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잠에 빠져있는 내 남편도 이해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아량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된다. 역시 연예인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니까. 흐흐. 나는 꼭 이런 때에 덕후가 되어있는 내 모습이 좋다. 나만 아는 덕질하는 내 모습.
옛날 십 대 때 이후로 오랜만이다. 아줌마들은 참 잘도 빠지지. 어쩔 수 없다. 그렇게라도 현실을 도피해야 이 메마른 마음에 단비를 내릴 수 있다. 막장 드라마든, 아니든 저렇게 잘생긴데 매너까지 좋게 나오면 빠질 수밖에 없다. 나쁜 남자가 대세라지만 그것도 옛말인 듯하다. 나는 착한 남자한테 설렌다. 너무너무.
혓바늘은 언제쯤 다 나으려나. 남편이 휴가를 내면 나으려나. 요즘 코로나가 또 재유행이라던데. 나는 뭐 이런저런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글을 써 내려간다. 두서가 없네 두서가 없어. 나만 보는 글도 아닌데, 일관성이 없다. 나는 원래 일관성이 없는 여자라 괜찮다. 책을고를때도 중간부터 보는 여자라 괜찮다. 다 괜찮다.
오늘은 남편이 일찍 와준 덕분에 안방에서 쉬고 있다. 에어컨 틀고 쉬고 있으니 세상 천국이 따로 없다. 입안에 혓바늘도 이런 기분이면 금방 나을 것 같다. 사람이 단순하기도 하지. 그거 조금 일찍 와주니 기분이 둥실둥실 떠있네. 게다가 유튜브도 애들 몰래 맘껏 본다! 들어가서 쉬라고 하는 말에 얼른 들어와서 인스타도 조금 하다가 유튜브도 보다가, 결국 책으로 돌아간다. 카피라이터가 쓴 책을 읽다가 얼른 뭔가 쓰고 싶어서 노트북을 켰다. 편하구먼. 좋아 좋아. 나는 지금 뭐든지 오케이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나가는 것, 피곤함이 쌓인 것 빼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