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는 거리가 존재한다

by 김태연



우리 강아지는, 가족이 식사를 할 때 울타리 안에 넣어둔다. 케이지 보단 좀 크고, 직사각형의 울타리로 된 공간인데, 아이들이 간식을 먹을 때나, 청소를 해야 할 때, 집 밖으로 나가야 할 때. 나는 울타리 안에 강아지를 넣어두고 간다. 그야말로 거리감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 어린 시기만 지나면 빼줘야지. 울타리는 치워버려야지 생각했다.


문제는, 이 울타리가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내가 중고거래를 통해 살 때도 꽤 무겁네.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막상 치워버릴려니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남편이 오면 치워야겠네. 하고 생각하며 그대로 방치한 지 꽤 오래되었다. 소파 옆에 차지하고 있는 울타리는 정말로 큰 편인데, 우리 집 강아지는 여기서 밥도 먹고, 잠도 잔다.


치워 버리려 했던 울타리는 강아지에게 나름 보금자리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었다. 아이들에게서 보호막 역할을. 밤에 잘 때는 휴식의 공간 역할을. 밥 먹을 땐 누가 건드리지 못하도록 편히 먹을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을 도맡아 해주고 있다.


강아지와 사람은 엄연히 다른 공간에서 있어야 한다는 남편의 생각은, 나름대로 규칙적이다. 가령 소파에 올라오는 건 안되고, 안방에 들어오는 것도 안된다. 강아지에게 허용된 공간은 거실뿐이다. 대신 이 안에서도 서로의 거리감은 지켜줘야 한다. 우리 남편은 강아지를 예뻐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과는 다르기 때문에 사람처럼 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밥 먹을 때는 식탁 밑으로 들어가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음식이라도 떨어지면 주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남편의 공통적인 생각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건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아지는 엄연히 사료가 있고 요즘엔 강아지용 간식도 아이들 이유식만큼이나 잘 나온다. 굳이 강아지용이 있는데 사람 먹는 걸 줬다가 병이라도 걸리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더 크기 때문이다.


덕분에 강아지에게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 가족이 다 먹고 난 후에 자신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땐 본인의 보금자리에 가서 쉰다는 것.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 안다는 것. 혼날 때는 들어갈 곳이 있다는 것 등등.. 울타리 없이 방석만 있었으면 아이들이 함부로 자신의 몸을 만졌을 것이고, 밥 먹을 때도 건드렸을지도 모른다. 개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싫은 것이 있고 좋은 것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내 강아지를 볼 때마다 깨닫는다.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안다는 것을.



요즘에는 강아지 교육 방법에 대해 알기 위해 독서를 하고 있는데, 이론대로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 강아지는 책에 있는 강아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육아서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괜히 사람 한 명 더 키우는 것과 똑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정말로 거의 비슷하고 똑같이 어렵다.

게다가 싫은 것도 대놓고 티 내는데 어찌나 황당한지.



울타리 안에서 얌전히 자고 있는 강아지를 보며, 치우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얌전히 잘 잔다. 게다가 아무도 건들지 않는다. 개뻗음. 개피곤. 우리 강아지가 자는 모습을 보면 그 단어부터 떠오른달까.


나름대로 우리 사이에도 존재하는 거리감은, 꽤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너무 가까웠으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어딜 두고 나갈 때마다 전전긍긍거렸을테지. 그럼 서로가 서로에게 집착하는 존재가 되었을지도.

나는 자고 있는 강아지를 보며 또다시 떠올린다. 아아 개피곤이란 저런 것인가.라는 단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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