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건 사실 공공연한 비밀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민낯을 드러내길 꺼려하듯이 나 또한 내 민낯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최대한의 가면을 쓰고 누구나에게 친절하게 대하려는 나의 모습을 가끔 생각할 때, 그 모습은 짐짓 집요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라는 물음과 함께.
별게 아닌 것들이 별것들이 되는 그런 날. 욕이 한 무더기로 몸속에서 아우성치는 그런 날이라고 나 할까.
뭔가 내가 나를 이기지 못할 때. 그러니까 몸이 견디지 못하고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느껴질 때. 나는 속으로 쌍욕을 한다. 그래. 누구나 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정말 쌍욕을 한다. 그것도 속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나의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야 하는데, 속으로는 방정맞고 품위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언어를 구사한다. 내 필히 이 욕을 언젠가는 숲에 가서 외치리.라는 서글픈 소망과 함께 당연히 욕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다. 나는 어린 두 아들을 둔 아줌마니까.
그렇지만 나는 가끔 욕이 교양 없는 것의 언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필터로 거쳐지지 못한 날것의 언어일 뿐. 그것이 어떤 기분이나 상황 등 그 어떤 것들을 표현한다면, 욕만큼 어울리는 언어도 없지 않을까?
물론 운전을 거지같이 한다고 차문을 열고 쌍욕을 먼저 날려주는 아줌마들과 아저씨들은 맥락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건 한 인간에 대한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처사일뿐더러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가해자나 피해자나 운전 쪽에서 보면 일방적인 상황은 거의 없을 테고, 그런 류의 언어폭력을 날리는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불친절할지도 모른다.
소심한 나는 뻐큐를 날린다. 아직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그런 자들을 위한 내 가운데 손가락은 아직 멀쩡하다. 욕으로 되갚아줄 깡다구는 없으니 슬며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줄지도 모른다. 물론 그들이 보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쌍방으로 경찰서에 가고 싶지는 않으므로.
하지만, 가끔 나는 신명 나게 욕하고 싶을 때가 간혹 가다 있는 것이다. 그건 마치 무방비의 상태인 내가 갑자기 어디선가 다가온 여자든 남자든 그 누군가에게 볼따구를 맞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그렇다. 그건 마치 싸대기를 맞은듯한 느낌으로 욕을 신나게 퍼붓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뭐 같은 기분을. 그리고 그 모든 부조리함을 말이다. 나는 내 몸이 침몰하듯 가라앉을 때도 욕이 하고 싶어 질 때가 있다. 하지만 참는다.
나는 그런 욕을 하기엔 아직은 고상하고 싶은 여자이니까 말이다. 고상이라니? 전혀 나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빠듯한 나로서는 고상과는 애초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상하고 싶은 욕구로는 가득한. 뭐랄까 그건 마치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어 노블레스 족으로 들어가고 싶어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랄까. 그런 것과 같다.
오늘은 나 대신 욕을 신나게 해 준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도 발음하고 소리 내어 읽고 싶어서 혼이 났다.
그렇지만 나는 아들들이 있기에 참고 또 참는다.
혼자 있었으면 진작에 소리 내어 읽었을 글들을 혼자 곱씹으며 발음 죽이네.라는 생각을 한다.
저만치 가장 밑 언저리의 내가 깔깔깔 웃는 것만 같았다. 그건 꼭 나만 아는 비밀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