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지 않는 건 내 마음뿐

by 김태연




큰아이가 골라온 (이름은 잘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 식물이 한 개 있는데, 뽑으면 꼭 코코넛 열매같이 생겼을 거라 생각하는 이 식물은, 딱히 물을 잘 주지 않는데도 잎이 쑥쑥 자라서 길게 늘어진다. 나는 그 식물을 매일 볼 때마다 치워버리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지만 큰아이가 같이 농장에 갔을 때 제법 심오하게 고른 거라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지켜만 본다.

길어 늘어뜨린 수형이 꼭 머리카락 같아서 볼 때마다 흠.. 이런 표정이랄까.


언젠가 우스갯소리로 말한 적이 있다. 저 식물 좀 봐. 애들 마음 같지 않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애들 마음이 쑥쑥 커있어. 내가 뭘 생각하는지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이 얘기를 듣던 남편은 그런가?라고 대답했더랬다.


근데 애들은 자라고 있는데, 나는 멈춰있어. 나는 9년 전 첫 애를 낳았을 때보단 조금 나아진 것 같긴 한데, 애들이 크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 큰애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못 알아들을 때도 많고, 화가 날 때도 많아. 이러다가 소통이 안되면 어떡하지? 나는 짐짓 걱정하며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건 매한가지였다. 둘 다 부모는 처음인지라.




한쪽으로는 빨리 커서 손이 좀 덜 갔으면 싶다가도, 막상 손이 점점 덜 가게 되니 내 마음보다 빨리 커버린 아이의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나는 아직도 5살 처음 유치원 보냈던 그때의 마음에서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이러면 독립을 못하는데 큰일이네. 집착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서 뭐든 쿨하게 대했는데,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마음인지 가끔씩 섭섭해지곤 한다. 점점 멀어져 가는 나의 아들을 뒷모습을 보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줘야 할 때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간이라는 게 참.. 빠르다.



저 초록 식물이 뭐라고 이렇게 감성적이 되어서야 사람을 이렇게 추상에 젖게 하는지. 아무래도 저 늘어뜨린 수형 때문인 것 같다. 잘라버리고 싶은 욕구를 꾹꾹 참는다. 이미 올리브 나무로 겪었던 터라 또다시 식물을 건드리면 이제는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인간에 대한 스트레스로 말이다.



에잇. 이런 찜찜한 기분은 빵이나 실컷 먹으면서 풀어버려야지. 아들에 대한 생각을 지금 해봤자 뭐하나. 아들은 지금 내 옆에 있고, 오늘은 방학중에서 제일 서로가 무료한 하루다. 이 습한 날씨에 엉뚱한 생각만 가득한 날이다.

그런 날에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방구석에서 온종일 우울한 생각만 하고 있는 거랑 뭐가 다른 거람.

나는 부모의 자격 같은 건 잘 모른다. 아무리 육아서를 읽어도 부모가 해야 할 일'만' 너무 많아서 어렵다.

그리고, 육아서만큼 키울 수 있었다면 나는 아마 박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런저런 생각 하지 말고, 내가 잘하면 애도 나를 보면서 어떻게 커야 하는지 알겠지.. 정도? 인 것뿐이다.

아무튼 저 식물은 내 맘 같지 않다. 수형도 나도 모르게 쑥쑥 자라고, 부담스러울 정도다.

꼭 우리 아들이 큰 것처럼.

선뜻 잘라내지 못하는 나를 보며 식물도 어렵고, 어린이도 어렵다.라는 생각이 든다.

좀처럼 자라지 않는 건, 내 마음뿐이다.

어른이 돼야 하는데, 어른이. 그것도 제대로 된 어른이 뭔지도 모르는 채 커버렸다.


자라지 않은 마음으로, 자라나는 마음을 돌볼려니 쉽지 않다. 참,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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