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불태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by SUN ILLUSTRATOR

동네의 한 맥도널드. 요즘 나는 이곳에 와서 혼자 독일어 공부를 한다. 이놈의 독일어는 아무리 해도 느는 것 같지가 않다.

그래도 이거라도 붙잡고 있어야 한다. 뭐든 수능 준비할 때만큼만 하면 다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인생에 그만한 도전, 한 번은 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언어를 공부로 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그 여느 때보다도 열정이 없는 게,,, 문제다.

이놈의 열정은 다 어디로 사그라들었는지. 나만큼 열정적인 사람도 없었는데.


한쪽 시력을 잃고 난 후 의지가 많이 사라졌다. 아침에 눈 뜨기도 싫어 늑장을 부리게 된다. 눈을 떠 봤자 선명하지 않은 세상을 보는 게 아직 두렵다. 아침마다 그렇게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한다. 어서 빨리 이를 떨쳐버리고 싶다. 이를 탓할 누구도 없고, 내 인생은 이제 전만큼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선명해졌다. 젊음이 사라지듯, 병 하나 생기듯, 이것 또한 나이 듦에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는 게 그나마 위로가 된다.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방을 나오자마자 든 생각은, ‘아, 죽어가고 있어 다행이다’였다. 이 눈 상태로 즐겁지 않을 인생을 오래 누리고 싶지 않았다. 며칠간 악몽에 시달렸다.

한 번은 소리 지르며 깬 적도 있다. 그나마 세상을 볼 수 있는 매개인 렌즈가 부서졌을 때 소리 지르며 깼다.


술에 절어 잠들 수도, 오지로 여행을 갈 수도, 하루쯤 나태하게 그냥 자버릴 수도 없다 이젠. 잠자기 전에 항상 렌즈를 빼서 씻어야 하고, 눈에 안약을 넣고 다음날 아침에도 렌즈를 껴야 세상을 볼 수 있다.

이런 귀찮은 삶이 이제 내 것이다. 하필이면 눈이었을까. 손보다 나은 걸까. 모르겠다. 아무튼 나의 일상은 예전 같을 수 없다.


일.

한식레스토랑에서 7개월 일하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그만두고 쉬고 있다. 독일어를 배우고 어느 정도 능숙해지면 더 나은 일을 구하려고 한다. 말처럼 쉽지 않을 거 알지만 다른 수가 없으니 그냥 하는 거다. 요새 이 말이 입에 붙었다. “그냥 하는 거다.”

다 무섭다 아직도. 여기서 사는 것도, 매일 외로운 것도, 무슨 일을 하려는 것에 다 그냥 두렵다. 근데 그냥 하는 거다. 난 인생을 특별하게 살고 싶었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아니라 무언가 이루어야 하고, 그걸 인정받고 누려야 하는 게 한 번 태어난 인생 제대로 사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별일 없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라 생각하고 평범하게만 살고 싶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건 포기 못하겠다. 그 하나를 찾았고 가고 있는 중인데 그게 또 그렇게 두렵다. 뭐 매번 이렇게 두려운지. 하다가 안되면 마는 거지. 왜 이렇게 글만큼 생각과 행동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것도 몹쓸 습관인지도 모르겠다. 오만가지에 걱정을 붙들어 싸매고 전전긍긍하는 것.

생각이 복잡해지려고 하면,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들면 혼자 말한다.

‘그냥 계속하자.’

복잡하게,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고 어제 한 만큼 오늘 하는 거다.


중년에 새로운 걸 시도한다는 게 어려운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열정이 뜨겁지 않은 것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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