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벽화
할머니는 늙은 거미였다
잇날 잇날이란 말로
당신이 쳐 놓은 거미줄을 흔들었다
요령 소리도 없이
우리 사 남매는
할머니 무릎 앞에 모여 앉았다
잇날 이야기 좋아하먼
못 살어야 낮에 잇날 이야기는
더 못 살것제이
가난한 늙은 거미는
호랑이 잡으러 집 떠난 아비를 찾아
길 떠나는 유복자를
청산유수로 그려냈다
어머니 뱃속을 나와
아버지를 만난
행운아 사 남매는
옛날을 힘차게 빨았다
할머니 없는 오늘도 거미는
잇날 이야기를 짜고
우리는 내일도
잇날 이야기를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