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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Nov 15. 2021

가을바람과 숨바꼭질

시시

바람이 마구잡이로 불었다 가을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현장을 잡으려 서둘러 카메라를 꺼냈다 가을에 초점을 맞추기 쉽지 않아 어물쩡거리는 사이 바람은 먼 데로 달어났다



다시 바람이 불었고 또 불었지만 카메라를 들 때마다 바람은 달아나거나 잠들었고 그때마다 가을은 점점이 노랗거나 붉은 꼬리를 끌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따금 달아났던 바람이 되돌아와 막 잠들려는 가을을 흔들곤 했다 바스락바스락 곤한 가을의 잠꼬대를 들은 것도 같았다



계절 모르는 붉은 여뀌 꽃은 여전히 한창이었다 하늘로 간 물고기 영혼을 받아 품는 모양이었다






* 여뀌를 이용한 물고기 잡기 :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여뀌를 짓이겨 물에 풀어 놓으면 작은 물고기들이 여뀌의 매운맛에 취해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손쉽게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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