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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Nov 19. 2021

이런 제안은 처음이야

하루살이의 사리 빚기

얼마 전 브런치 팀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사단법인 행복한가' 측으로부터 내 글을 '월요일의 힐링 레터'에 실었으면 하는데 글을 쓴 당사자인 내 생각은 어떠한지 여부를 '행복한가' 측과 연락해 보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내 글을 싣고자 하는 '행복한가' 측의 제안 이유도 함께였다.






안녕하세요. 장미작가님! '사단법인 행복한가' 입니다.

저희는 위기가정을 지원하고 있는 NGO단체입니다.

저희 단체는 후원 캠페인과 함께 회원들에게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블로그, 메일, 카톡 발송 등)

11월부터 저희 단체의 콘텐츠가 뉴스레터 형식으로 발송되어

매주 월요일 작가님들의 좋은 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장미 작가님의 '부부 사이도 간이 잘 맞는 감처럼'이란 글이 인상깊어 

저희 콘텐츠로 싣고 싶어서 이렇게 조심스럽게 제안을 드립니다.

특히 가족에 관련된 주제로 글을 많이 다루다보니, 

작가님의 삼대로 내려오는 부부이야기가 저에게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행복한가 홈페이지: https://www.m-letter.or.kr/

-참여-행복콘텐츠-일상스토리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





위기가정을 지원한다는 제안 이유에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자랄 당시엔 많은 가정이 그렇기도 했지만 나 역시 위기가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기억과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위기가정일 수 있었던 날들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글이 위기가정의 가족들에게 작으나마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큰 기쁨일 터다. 바로 수락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내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앞뒤가 뒤바뀐 문장도 있었고 맞춤법이 어긋난 부분도 있었다. 옷을 잘 갖춰 입는다고 입었지만 거울에 비춰 보지 않고 외출한 날 뜯어진 치맛단을 보는 느낌이 이랬을 것이다. 서둘러 글을 교정하고 사진을 선택해 원고와 사진을 '행복한가' 담당자에게 보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는 오래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제안을 받은 적은 처음이어서 글을 올린 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으며 맞춤법을 확인하지 않았던 나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11월 15일 내 어쭙잖은 글 '부부 사이도 간이 잘 맞는 감처럼'이 실린 '행복한가'의 '월요일의 힐링 레터'를 메일로 받았다. 


위기라 생각하면 위기 아닌 것이 없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위기는 좋은 기회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요즘 내 기도 문구 안에 스스로 생각해도 기특한 구절이 있다.


'남편 ***과 저 **를 혼인으로 맺어 주시어 한 가정을 세우도록 하심에 감사드리며......'





30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그것도 성이 다른 남자와 여자가 부부의 연을 맺고 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는 일이 수월할 리가 없다. 수월하다면 어느 부부 중 어느 한쪽이 하해와 같은 마음을 지녔거나 매사 양보함으로써 상대를 무조건 수용하는 덕분인지도 모른다.


한때 우리 부부 역시 딸들로부터 가정 존재 자체의 위기감을 느끼는 말을 자주 듣곤 했었다. 사람 잘 믿고 친구 좋아하는 남편의 큰 실수로 가정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져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시기다. 첫째는 고3 수험생이었고 둘째는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시기였다. 학원은 물론 방과 후 수업까지도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웠다. 자신들의 의사표시를 바르게 잘하는 아이들이 어느 날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렇게 살 거면 이혼하는 게 맞지 않아요?"

"엄마가 아무리 아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잖아요."


떨어지기는 순식간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은 모든 추락에는 추락할 만한 원인 제공이 있다는 말을 함유한 말이기도 하다.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한 원인 제공에 아내인 나는 합세한 적은 없었는가 되짚어 보았다. 있었다. 나 또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고 배운 그대로 실천하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남편을 이용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사람과 친하다는 사람의 말을 믿은 남편을 천칭에 올려 보았다. 남편 쪽은 요즘 시각으로 보면 순진하고 어리석기는 했지만 교활하거나 나쁘다고는 볼 수 없었다. 물론 가정 경제를 파탄에 빠뜨린 점에서는 용서하기 힘들었지만 말이다. 두 딸과 내가 일궈 온 한 가정을 이 일로 완전히 뿌리를 뽑아낼 수는 없었다.





나락에서부터 살아남아 밝은 곳으로 올라오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남편과 나는 당연히 말도 다 할 수 없이 힘든 과정을 감내했으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스스로 앞가림하는 법을 배우고 실천했다.


요즘 딸들이 엄마인 내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엄마가 현명했어요. 많이 힘들었을 텐데 가정을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그때 막말해서 죄송해요."

"엄마,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아빠, 고생하셨어요."


가족 중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묵묵히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마음을 먹고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단단히 챙긴다면 그 위기 후에는 모두 함께 웃는 날이 기다리고 있노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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