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한 덩이 들고 오다
붉은 장미 떼와 마주쳤다
담벼락에 심장을 널어놓고
니가 먼저, 내가 먼저
밀고 밀리는 중이었다
장미를 목말 태우고 선
꽃 진 지 오랜 철쭉들도 아우성이었다
햇살 맞아 쓰러진 길 위로
유월 한낮은 신기루처럼 끓어오르고
꽃보다 환한 소식은
텅 빈 저 길 끝을 돌아서 올 것만 같다고
목을 뽑았다
한 번 늘어난 목은
거둬들이기 쉽지 않아
씨실과 날실로 엮이며 자라는 기다림
삶의 이력 속 질긴 덩굴이
때로는 하늘을 찌르기도 해
장미 꽃잎이 툭, 툭
뛰어내리면
수박 붉은 속살이
장미 나무에 가 걸리는 날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