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월담

by 장미

수박 한 덩이 들고 오다

붉은 장미 떼와 마주쳤다


담벼락에 심장을 널어놓고

니가 먼저, 내가 먼저

밀고 밀리는 중이었다


장미를 목말 태우고 선

꽃 진 지 오랜 철쭉들도 아우성이었다


햇살 맞아 쓰러진 길 위로

유월 한낮은 신기루처럼 끓어오르고

꽃보다 환한 소식은

텅 빈 저 길 끝을 돌아서 올 것만 같다고

목을 뽑았다


한 번 늘어난 목은

거둬들이기 쉽지 않아

씨실과 날실로 엮이며 자라는 기다림


삶의 이력 속 질긴 덩굴이

때로는 하늘을 찌르기도 해

장미 꽃잎이 툭, 툭

뛰어내리면


수박 붉은 속살이

장미 나무에 가 걸리는 날도 있겠다



SE-410a4b0f-0026-4863-8e3b-e08cc959300e.jpg?type=w1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