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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에서 산 ◯◯◯ -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by 임선재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종종 '이 가격에 이런 제품을 살 수 있다고?' 하는 놀라움과 함께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특히 '테무'와 같은 초저가 쇼핑 플랫폼에서는 화려한 제품 사진과 파격적인 가격 덕분에 유혹에 쉽게 빠집니다. 그러나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 나타나며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이거 테무에서 산 ◯◯◯ 아니야?'라며 허탈한 미소를 짓곤 합니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

얼마 전 테무에서 작은 서랍장을 주문한 적이 있습니다. 사이트에서는 깔끔한 디자인에 튼튼해 보이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가격도 꽤 저렴했기에 '이 정도면 가성비가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주문했습니다. 며칠 후 도착한 상자를 열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작고 부실한 서랍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았던 견고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가벼운 플라스틱 덩어리'였습니다. 실망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 가격이면 이런 것도 괜찮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서랍장은 지금도 제 방 한켠에 놓여 있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용도로는 쓰지 못하지만, 작은 소품을 넣어두는 용도로 겨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그 서랍장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옵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물 같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과 품질 사이에서 사람들은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경험합니다. 테무에서 산 ◯◯◯라는 말은 단순히 품질이 떨어진다는 비난만이 아닙니다. 저렴한 가격에 기대치를 낮추며 어느 정도의 타협을 감수하는 심리가 반영된 표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가격에 완벽한 제품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걸 말입니다.


가격과 품질의 균형

어떤 물건이 우리를 만족시키는가에 대한 문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품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저렴한 물건이 기대 이상으로 유용할 때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싸니까 감수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구매 결정을 합니다.


얼마 전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그녀가 테무에서 구매한 목걸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단돈 3,000원에 산 목걸이였지만, 생각보다 디자인이 괜찮아 자주 착용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변색이 되었지만, 그녀는 "뭐 어때, 3,000원인데"라며 웃었습니다. 그 말에는 이미 '테무에서 산 ◯◯◯'에 대한 기대치가 내재되어 있었습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인간의 욕구 5단계에서 '안전 욕구'와 '소속감'을 강조했습니다. 사람들은 최소한의 안전과 만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으려 합니다. '테무에서 산 ◯◯◯'라는 말은 이러한 심리적 타협의 산물입니다. 구매자는 '적당한 가격'이라는 기준을 세우고, 품질에 대한 기대치를 스스로 조절하며 만족감을 찾으려 합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 물건의 객관적인 품질일까요, 아니면 그 물건이 주는 주관적인 만족감일까요? 테무에서 산 물건들은 종종 객관적인 품질은 떨어지지만, 그 가격에 대한 만족감은 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물건 자체보다 그 물건을 통해 얻는 경험과 감정에 더 가치를 두는지도 모릅니다.


선택과 책임의 문제

저렴한 가격에 매력을 느껴 테무에서 물건을 사는 행위는 일종의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입니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구매를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기대 이론(Prospect Theory)'은 사람들이 손해보다 이득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만약 괜찮은 제품이 온다면 대박이지'라는 작은 기대가 품질 문제에 대한 불안을 덮어버리는 것입니다.


거실에 놓을 작은 화분을 테무에서 주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진은 화려했고, 가격은 믿기 어려울 만큼 저렴했습니다. 물건이 도착했을 때, 예상대로 사진과는 다른 화분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 실망감보다는 '역시 그렇지'라는 예상된 감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그 화분의 새로운 매력을 찾아보려 했습니다. 작고 조금 조잡하지만, 나름대로 귀여운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테무에서 산 화분과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선택의 책임입니다. 제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대한 책임을 '싼 맛에 샀으니까'라는 말로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는 마치 복권을 사는 심리와 비슷합니다. 작은 돈을 걸고 큰 행운을 기대하는 심리적 기제는 테무에서 물건을 사는 경험과 맞닿아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종종 '테무 득템'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제품을 자랑하는 글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대박' 사례들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테무에서 물건을 사는 동력이 됩니다. 마치 도박에서 간간이 터지는 소액 당첨처럼, 때때로 기대 이상의 제품을 만나는 경험은 우리가 계속해서 '한 번 더'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테무에서 산 ◯◯◯이 가르쳐주는 소비의 지혜

테무에서 산 ◯◯◯는 단순히 '싸구려 제품'이라는 조롱이 아니라, 소비와 만족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우리는 언제나 '가격'과 '품질'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합니다. 때로는 저렴한 가격을 위해 품질을 양보하고, 때로는 품질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했으며, 그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난 겨울, 테무에서 니트 스웨터를 하나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만 원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배송된 스웨터는 예상대로 원단이 얇고 실밥이 곳곳에 나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집에서 편하게 입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 스웨터를 입을 때마다 저는 '테무에서 산 ◯◯◯'라는 생각을 하며 미소 짓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그 물건은 단순한 '실패한 구매'가 아니라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됩니다.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그 선택의 책임을 받아들일 때 자유로워진다"고 말했습니다. 테무에서 물건을 사고 "역시 테무에서 산 ◯◯◯네..."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을 때, 우리는 자신이 내린 선택을 다시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그 안에서 나름의 재미와 배움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요즘 친구들과 모이면 종종 '테무 득템'과 '테무 실패담'을 나누곤 합니다. 누군가는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제품을 자랑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황당한 실패 경험을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소비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웃음을 나눕니다. 이렇게 테무에서 산 물건들은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공감의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기대를 낮추는 지혜, 현실을 받아들이는 유연함

어쩌면 테무에서 산 ◯◯◯는 우리에게 완벽한 물건이 아니라, 기대를 낮추는 법과 실망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가르쳐주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기대한 것과 다르더라도, 그 안에서 새로운 용도를 찾고 다시 사용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비의 의미가 아닐까요?


때로는 완벽함보다 '충분함'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소비가 미덕처럼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서 테무에서 산 ◯◯◯는 우리에게 소비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줍니다. 꼭 비싼 물건이 아니더라도, 작은 것에서 만족을 찾고 그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테무에서 산 ◯◯◯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소박한 지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번 테무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저는 작은 기대와 함께 약간의 설렘을 느낍니다. '이번에는 어떤 제품이 올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아마도 사진과는 다르겠지'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공존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저는 나름의 균형을 찾습니다. 기대치를 너무 높이지도, 너무 낮추지도 않는 적당한 지점에서 말입니다.


결국 테무에서 산 ◯◯◯는 우리에게 소비의 즐거움과 함께 삶의 작은 교훈을 줍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받아들이는 법, 그리고 그 속에서도 나름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작은 깨달음이 모여 우리의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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