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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하다 - 시대를 뛰어넘는 매력의 본질

by 임선재

요즘 길을 걷다 보면 귀에 자주 걸려드는 말이 있습니다. '힙하다'라는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이 짧은 단어는 이제 패션, 음악, 카페 분위기뿐 아니라 사람의 성격과 태도까지 아우르며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말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 주변에 퍼져 있어서 누군가가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했을 때, 혹은 전통적 틀을 깨는 감각적인 행동을 보일 때, 우리는 입을 모아 "와, 저 사람 진짜 힙하다"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멋지다'거나 '예쁘다'는 평범한 찬사를 넘어, '힙하다'라는 말 속에는 시대와 문화의 흐름을 꿰뚫는 특별한 감각이 담겨 있습니다. 마치 오래된 책장 깊숙이 숨겨져 있던 보물 같은 단어가 세상 밖으로 나와 우리의 언어 습관에 자리 잡은 것처럼 말입니다.


힙한 사람들의 공통점

힙하다는 말은 단순히 최신 유행을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때가 많습니다. 진정으로 '힙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색깔과 태도를 굳건히 지키면서도 시대의 미세한 흐름을 읽고, 이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에 녹여냅니다.


제가 알고 지내는 한 지인은 언제나 오래된 중고 의류점에서 구입한 낡은 청바지와 직접 손으로 염색한 티셔츠를 입고 다닙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의 패션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옷을 입은 그의 모습에서는 어딘가 독창적이고 당당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진짜 힙하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의 옷차림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 옷을 입은 그의 태도가 특별한 것입니다. 마치 오래된 나무가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향기를 풍기는 것처럼,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힙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고, 고정관념이라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이들입니다. 이런 모습은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가 말한 '실존적 자유'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신을 창조하는 존재이며, 자신의 선택에 따라 스스로를 규정한다"고 했습니다. 힙한 사람들은 바로 이런 말처럼 자신의 선택과 취향에 대한 굳건한 자신감을 가지고,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 당당함에서 자연스러운 매력이 피어오릅니다.


힙함과 시대의 변화

'힙하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현대 사회의 깊은 변화, 즉 개성과 다양성이 점차 강조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기준에 맞추어 옷을 입고, 음악을 듣고, 특정한 취향을 따라가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였습니다. 마치 모두가 같은 모양의 그릇에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해진 틀'보다는 '자기다움'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자가 자신만의 독특한 모양의 그릇이 되어가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힙함'이라는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자가 진정한 자유를 가진 자"라고 말했습니다. 힙함은 바로 이러한 가치 창조에서 비롯됩니다. 남들이 보기엔 낯설고 파격적인 선택일지라도, 본인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면 그것이 곧 '힙함'이 되는 것입니다.

마치 오래된 골목길에 숨겨진 작은 카페처럼, 대중적인 관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 그것이 힙함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힙한 사람들은 자신만의 가치관을 지키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대중적 유행과는 거리가 먼 독립 음악이나 전통 공예품이 '힙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심지어 할머니의 낡은 그릇이나 오래된 시골 마을의 풍경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힙하다'는 찬사를 받습니다. 이는 단순히 새롭거나 독특한 것만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깨면서도 그 안에 고유한 매력과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오래된 우물 속에 깊숙이 담겨 있는 맑은 물처럼,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진실함이 있는 것입니다.


힙함과 태도의 중요성

힙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여유로운 태도'입니다. 아무리 겉으로 보기에 힙한 스타일을 완성한 것처럼 보여도, 자신감 없이 유행을 따라만 하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보일 때가 많습니다. 마치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진정한 힙함은 단순한 외적 스타일이 아니라,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간다'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힙한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되, 이를 강요하거나 과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담담하게 자신만의 방식을 유지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갑니다.


마치 오래된 나무가 계절의 변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으로 꽃을 피우고 잎을 떨구듯이,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힙함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강조한 '자기 배려'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푸코는 "진정한 자유는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힙한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만의 작은 세계를 정성스럽게 가꾸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스타일과 매력을 발산합니다.


오래된 책 한 권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화분에 심은 식물을 정성껏 키우며, 자신만의 음악을 찾아 듣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힙함은 피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표현하는 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힙함이 전하는 가치

힙하다는 것은 결국 자신만의 기준과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두렵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힙함의 시작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것이 힙한 삶입니다. 마치 자신만의 색깔로 물들여진 천을 바람에 펄럭이듯,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펼쳐 보이는 것이지요.


누군가는 길거리에서 평범한 티셔츠에 빈티지 청바지를 입고 걸을지라도, 그 안에 자신의 확신과 여유로움이 담겨 있다면 충분히 힙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화려한 액세서리와 독특한 스타일을 과감하게 시도하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를 소화해낸다면, 그것이 바로 힙한 삶의 모습입니다.


가끔은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서, 때로는 오래된 골목길의 정취에서, 또 어떤 때는 책 한 권의 문장에서 '힙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만나는 작은 감동과 진심에 관한 것입니다.


힙함은 그 자체로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의 가치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태도입니다. 결국 진정한 힙함은 "나는 나대로 괜찮다"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도 이어집니다.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힙함의 완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힙함'이라는 말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존중, 그리고 다양성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그 가치들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힙함'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중요한 화두를 담아낸 의미 있는 단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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