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지 않은 수업을 하는 선생님

by 이선재

다른 사람들도 학창 시절에 나처럼 마음속으로 교사의 수업 능력을 평가했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일반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사육을 받지 않고 대학 입학을 준비했던 나로서는 교사의 수업 능력에 꽤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수능 시험 탐구 영역을 선택할 때도 수업 잘하는 교사가 가르친 과목을 선택했었다. 반드시 수업을 잘해야만 그 교사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지만 교사에 대한 마음속 설명은 늘 '성격이 좋지만 수업을 못하는 선생님', '무섭긴 하지만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과 같이 수업 능력에 대한 평가로 끝났던 것 같다.


말투가 조곤조곤해서 나른하긴 해도 수업 내용을 조리 있게 설명했던 문학 선생님, 말투나 몸짓이 어딘가 어색해서 로봇 같지만 문제 풀이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했던 수학 선생님, 몇 주간의 방학 특강만으로 수능 고득점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 선생님, 지금 생각해 보면 학습 목표에 충실했는지 의문스럽지만 여하간 이야기 하나는 재미있게 했던 역사 선생님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말투가 느끼하고 말하는 속도가 느린 데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던 문학 선생님, 무언가 정말 열심히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역시나 수업의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던 사회 선생님, 학생들을 늘 친절하고 유쾌하게 대했지만 본인도 수업이 자신 없다고 말할 정도로 종잡을 수 없는 수업을 했던 또 다른 사회 선생님도 있었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는 교사의 존재가 제법 중요하기 때문이었는지 수업 능력에 대한 평가가 교사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던 것 같다. 수업을 잘하는 교사는 웬만하면 좋아했지만 수업을 못한다고 해서 그 교사를 바로 싫어하지는 않았던 것을 보면. 하지만 대학에 가니 교수와 맺는 관계의 양상이 이전에 교사와 맺어온 관계와는 사뭇 달랐다. 특히 전공 내에서도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교수가 아닌 경우 한 학기 수업에서만 만나고 다시 보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점이 수업하는 교수자를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수업 서비스 제공자'로 보게 했다.


들은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수업이 하나 있는데 그 수업의 교수님 역시 아마 한 학기 보고 다시 보지 않았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교수님의 이름이나 정확한 수업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의 대략적인 외모상의 특징이나 수업 제목은 기억이 난다.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실은 내가 그 수업을 들었던 학기에 그 사람에 대한 비판을 무척 많이 했다는 점이다. 물론 뒤에서 친구들에게 했다. 내가 대학에서 만난 교수 중 수업을 못하는 사람이 그 교수님 한 명도 아니었을 텐데 왜 유난히 그를 싫어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수업 능력 외의 요인들 중 내 심기를 건드리는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시기에 유난히 교수자의 수업 능력에 꽂혀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나는 도대체 이 수업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그 느낌이 정말 싫었고 그래서 그 교수님이 성의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교수자라면 응당 학습자가 참여하고 싶은 수업을 설계해야 하므로, 나의 불성실은 무능한 그의 탓이라고도 생각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내가 참 부정적이었던 것 같다.)


내가 만나는 학생 중 마음속으로 교사의 수업 능력을 평가하고 있는 학생들은 내 수업을,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강의만 하면 지루할 것이 뻔한데 다른 방식의 수업을 시도하지 않는 게으른 교사, 매시간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있는데 깨우지도 않고 그렇다고 수업을 재미있게 해 보려고도 하지 않는 무신경한 교사, 그렇다고 특별히 중요하거나 의미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교사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배우는 사람이 기꺼이 배우고 싶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는 나를 성장하게 했을 것이다. 수업을 주제로 한 책을 읽고, 여기저기 연수를 찾아다니고, 근무 외 시간을 내어 수업을 연구하고 계획했다. 그런데 이게 해도 해도 늘지를 않는다. 정확히는 어떤 수업이 좋은 수업인지도 모르겠고, 학습에 의욕이 없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흥미를 유발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수업이 잘 되어가고 있는지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올해 정한 방향은 받아들이지 않는 학생이 있더라도 나만의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기 위한 것들을 충실히 하자는 것이었다. 내 설명을 듣고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이 늘어나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체계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하자.


10년 전에 들었던 교수님도 그런 마음은 아니었을까. 한 학기 동안 본인의 목표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지 않으셨을까. 수업을 포기하고 대충 하고 싶지 않은데, 갈수록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잘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늘 받는데 그걸 어디서부터 개선해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듣고 싶은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학생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