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작 Jan 25. 2021

동요의 힘

아이에게 배우는 세상 - 성장의 기록

© schluditsch, 출처 Unsplash



별이의 움직임이 격해지고 날씨가 더워지니 홀로육아하는 날의 고충이 두 배가 되었다. 우선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늘 가는 공원에 어린이 방문객이 급격히 줄어 의아했는데 10분 정도 있어보고 이유를 알았다. 너무 덥다! 그뿐인가. 아이를 안아 올릴 때마다 핫팩 붙인 것처럼 덥다. 하루 종일 에어컨 돌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별이는 내키지 않으면 떨어지질 않으니.



가끔 울분이 올라오는 날과 겹치면 더 힘들다. 사실 이럴 때는 혼자 있으면 안 된다. 훌훌 나가서 바람을 쐬거나 사람을 만나 수다 떨어야 하는데, 그런 처방이 없으면 십 년 전의 괴로운 일까지 머릿속에 소환된다. 온갖 비관적인 생각에 젖어서 기분이 다운되어 있을 때 아이가 매달리면 당연히 좋은 소리가 안 나온다. 이러다가 별이에게 큰 불똥 튀게 생겼다. 몸이라도 편하게 해 줘야지. 이제 그만 안기고 내려가거라.



매트에 아이를 눕혀 놓고 돌 전에 문화센터에서 배웠던 베이비 마사지를 해 주기로 했다. 첫 시간에 배웠던 것만 어렴풋이 기억났고 나머지는 대충 지어서 했다. 마사지할 때 부르는 노래도 익숙한 건 그대로 부르고 가사가 기억 안 나면 지어 불렀다.



스킨십의 힘인지 별이가 조용히 누워서 엄마 노래를 듣는다.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던 아기가 진정된 것을 보니 이거구나 싶었다. 팔다리 배를 쭉쭉 만져주고 마지막으로 얼굴을 쓰다듬는 마사지를 했다. 노래는 생각나는 것이 없어 신생아 때 불러주던 창작노래를 불렀다. 



요만했을 때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아기 얼굴을 하나하나 쓰다듬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아이 눈이 너무 깊고 반짝반짝하고 두려움도 의심도 없는 순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어쩌면 그렇게 나를 믿고 의지하는 걸까. 내가 어떤 사람일 줄 알고. 그냥 고마워졌다. 별이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와 준 것은 백번 생각해도 고마운 일이다.



얼굴 마사지를 끝내고 다시 다리 마사지로 돌아가 하나하나 동요를 부를 때에는 노래에 담긴 따스함이 내 맘까지 전해졌다. 개울가 올챙이가 쑥쑥 자라 개구리가 되고, 하늘에서는 작은 별들이 빛나고, 엄마 손잡고 나들이 갈 때 달콤한 솜사탕을 먹는, 그 사소한 일들이 아이들에게 예쁜 노래가 된다는 것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홀로육아 중인 게 다행이었다. 누가 봤으면 엄마가 동요 부르면서 줄줄 울고 있다고 수군거렸을 거다.



예쁜 노래가 나의 비관을 씻어갔다. 별이를 키우면서 삶에 대처하는 방법을 하나씩 더 알게 되는 것 같다.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2019.7.2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