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3 무제

by 선작

1.

‘그때 이렇게 하면 좋았을 걸’이라는 말은 아무런 능력치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때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그래서 ‘그런 일’을 겪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가 후회된다고 해서 나의 고유한 특성을 억지로 뜯어고치고 싶지도 않다. 후회를 곱씹는 시간은 몇 시간을 넘지 않는다. 이것도 나의 재능이라면 재능이다.



2.

도전도 개척도 다 좋다. 다만 자신의 능력치를 벗어나는 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 크든 작든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 자신의 성공 서사를 쓰기 위해 다른 사람의 희생을 연료 삼는 것은, 글쎄… 그것도 일종의 나르시시스트 아닌가. 다만 ‘진취적’이라거나 ‘도전정신’이라는 수식으로 포장하여 자신과 주변을 속이는 것 아닌가 싶다.



3.

나는 지금 전혀 우울하지 않으나, 아직도 ‘살아내는 것의 따분함’에 대하여 생각한다. 성취감이 지속되는 시간은 길지 않고 행복감을 만들어내려면 미친 듯이 노력해야 한다. 힘을 들여 뭔가를 일구어내고 나면 오랜 번아웃에 시달린다. 노력하는 시간은 길고 결과로부터는 허망함 또는 허탈감을 느낀다. 누군가는 그게 유전이라고 했다. 타고나기를 그런 호르몬이 부족하게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고. 내게는 차라리 그게 해답 같았다. 왜 이렇게 신속하게 허무해지나 늘 궁금했거든.



0.

오랜만에 이렇게 상념이 가득한 글을 쓰는데 이걸 인스타에 올려도 되나… 사실 인스타는 내게 잘 안 어울리는 플랫폼 같다는 생각을 늘 해 왔다. 하기야 쓰면 쓰는 거지 누가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살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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