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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Oct 23. 2023

자의식 과잉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매력 없는 글이란 온통 '나'뿐인 글이다. 자의식에 갇혀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로 끊임없이 '나'만을 어필하는 글. 그런 글에는 온통 '자기 자신'뿐이다. 내 기분, 내 감정, 내 불행, 자기 자신에 관한 연민과 분노 같은 것들. 그렇게 만들어진 자기 만의 세계는 더욱 견고해지며 세상으로부터 분리된다. 그리고 스스로 만든 고립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


그런 글들을 읽다 보면 세상이나 타인을 향한 관심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자기 자신에 갇힌 글만 쓰다 보면, 이기적인 글만을 쓸 수밖에 없다. 문득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가사가 떠오른다. 그런 그들의 마음에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기분, 마음 같은 것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가 힘들다. 누군가 그를 진심으로 생각해 용기 내어 건넨 말은 그들의 입장에선 '쓸모없는 것들'로 분류되어 쓰레기처럼 취급되고, 급기야는 사라지고 만다. 그들의 안에는 오직 '자기 자신'만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 따위 수렴할 공간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가끔 너무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을 만날 때면 느끼는 불편함이 있다. 건강한 자존감이 아닌, 비틀린 자존감을 지닌 사람들. 과거의 나도 비틀린 자존감을 지닌 사람 중 하나였으므로, 어쩔 수 없이 그런 이들을 알아볼 수밖에 없다는 것.


내가 아닌 세상과 타인을 향해 시선을 돌릴 때, '나'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오직 자기 자신에게 시선을 두는 건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는 길이다. 투명해 보이지만 실은 꽤 단단하고 두터운 세계의 벽은 웬만해선 깨지지 않는다. 그 벽을 깨부수는 방법은 오직 자기 자신이 투명한 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나 자신을 그대로 보지 않고, 비틀린 모습을 진짜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비틀린 자신과 진짜 '나'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너무 큰 나머지, 더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 고립되길 자처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진정한 성숙은 자기만의 세계 안에 타인, 그리고 세상을 향한 관심과 사랑을 녹여낼 때 일어난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은 구석에 웅크리고 숨어 벌벌 떨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사람에게 매력이나 아우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욕을 들을까,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오직 '나'와의 소통만을 고집한다면 외롭고 심심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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