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실패다. 새벽 5시 기상은 이제 나한테는 이루기 힘든 미션이 되어버렸다. 새벽루틴을 이제 버려야 할 때인가 나름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에게 수유를 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억지로 감긴 눈을 떠야 했던 그때. 잠이 들어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쭉 자는 것이 간절한 바램이었다. 옆집 아이는 한번 잠들면 아침에 일어나 엄마를 그렇게 편하게 해 준다는데 우리 집 아이는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울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육아서로 배운 수면교육은 번번이 실패였다. 고집이 센 아이와 마음이 약한 엄마는 도전과 실패를 반복했고 결국 아이가 돌 지나 수유를 끊을 때까지 새벽 4시 기상은 이어졌다.
아이가 크니 드디어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나도 깨지 않고 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1년 넘게 자리 잡은 나의 몸시계가 4시면 나를 깨웠다. 아이도 이제는 뒤척임 없이 잘 자는 그 시간에 홀로 다시 잠들기 위한 괴로운 노력이 시작되었다. 나에게는 최소한 7시간이라는 수면시간에 대한 오래된 강박이 있었다. "7시간 이상 자야 컨디션이 좋다"는 믿음은 그 시간을 충족하지 못한 날이면 모든 상황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아넣기 일쑤였다. 그러니 새벽 4시에 시작되는 하루는, 특히나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나에게는 공포였다.
침대밖으로 나오면 털끝만큼 붙어있던 잠마저 달아날까 봐 침대 속에서 버티며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을 세워보고, 잠이 온다, 잠이 온다.. 라며 최면도 걸어봤다.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온갖 방법들을 동원해 봤지만 새벽의 혼자만의 몸부림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결국은 길고 힘든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새벽 4시에 시작되는 불면증은 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육아우울증으로 힘겨웠을 때는 밤에도 쉬이 잠이 들지 못해 하루에 3-4시간밖에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았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갔다. 이렇게 침대에서 뒤척이며 힘들어할 바엔 일어나서 뭐라도 해보자 싶은 생각이 든 어느 날. 새벽루틴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저녁에 미뤄 두었던 집안일을 새벽에 하기 시작했다. 며칠 지나니 아파트라 위아랫집도 신경 쓰이고 굳이 새벽에 일어나 집안일을 할 필요가 뭔가 싶어 매트를 깔고 조용히 할 수 있는 요가를 했다. 새벽에 하는 요가는 얼마나 황홀하던지.. 한시간동안 요가를 하고 나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명상도 하고, 책도 읽고 생각도 하고, 일기도 써보고 하나하나 루틴들을 추가해 나갔다. 그렇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며 창밖을 보면 저편에서 동이 터 오르고 있었다.
새벽루틴은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새벽시간이 두렵지 않으니 아팠던 몸과 마음을 회복해 갔고 내 삶이 건강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이 느껴졌다. 루틴을 지속하면서 4시의 기상시간이 5시가 되더니 지금은 6시가 되었다. 수면시간이 늘었을 뿐 아니라 수면의 질도 좋아졌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기 위한 알람을 따로 쓰지 않는 건 내 몸을 믿기 때문이다. 내 몸이 스스로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정하도록 두고 싶어 눈이 떠지는 시간에 루틴을 시작한다. 늦잠은 잔 날은 아이 옆에 오래 누워 있어 줄 수 있어 그것대로 좋다.
새벽 4시 루틴의 실패는 나에게는 회복의 의미하기도 한다. 노자는 "긴장을 늦추고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어라"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있는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며 회복되는 과정을 기뻐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