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들

도솔암 가는 길

by 김선정

5년 만에 도솔암을 갔다. 해남 두륜산 속에 위치한 작은 암자를 5년 전에 처음 알게 되었다. 가파른 암벽에 위치한 암자를 찾아가는 길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아름다워 한번 방문 후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을 많이 했었더랬다.

설 연휴는 따뜻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길래 도솔암을 다시 한번 방문해 보자 계획을 세웠다. 늦은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암자를 향하는 길, 돌탑이 쌓여 있었다.

“리마야! 소원 빌자!”

“난 소원 없는데?”

“그래? 난 많은데…”

아이와 돌 하나씩을 얹었다. 소원이 없다는 아이가 엄마 소원을 이루어달라고 비는 사이, 돌 하나에 하나의 소원만 빌어야 할지, 내 욕심껏 갖은 소원을 들이밀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새해 들어 가장 많이 한 고민은 어떻게 하면 무엇이든 잘하는 만능인간이 될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매일이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채 2개월도 채우지 못한 2026년을 지침으로 시작했다. 다행히 설날 명절은 나를 멈춰 세우는 잠깐의 여유를 주었다.

그런데 또 이루고 싶은 모든 소원을 몰아붙일 참인 내 조바심에 픽 웃음이 났다. 뭐가 그리 급하니?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 주세요! 하나의 소원을 빌었다. 천천히.. 하나씩.. 차근차근 하자. 아마 올해 내내 기억해야 할 목표가 될 것이다.

지나가는 길목 곳곳에 돌탑이 쌓여 있었다. 이렇게 많이 쌓인 돌들에는 어떤 소원들이 담겨 있을까? 아이가 돌탑을 볼 때마다 소원을 빌라고 권한다.

“소원 너무 많이 빌면 탈 나. 오늘은 하나만 빌래”

도솔암 가는 험한 길도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옮기니 어느새 암자가 보인다. 안개가 가득한 날이라 앞은 보이지 않고 바닷소리만 들렸다.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끝도 없이 펼쳐질 바다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니 안갯속이라고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안개가 걷히면 내 길도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지난 여름 내 소개로 방문한 지인이 보내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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