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01 꿈이던 일이 짐처럼 느껴질 때
내가 외국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었던 건 바야흐로 정확히 10년 전,
유럽 어느 작은 섬에서 6개월 간의 교환학생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나는 취업을 앞둔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었다.
여느 누구와 같이 졸업을 앞두고 취업이라는 새로운 시작 앞에, 우연히 외항사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내 인생에 들어왔다.
나는 승무원이 되고 싶다기보다, 외항사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중동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
내 목표는 확고했다. 그리고 10년 동안 나는 아쉽게도 혹은 감사하게도 두 번이나(?) 아시아 베이스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내 현재 항공사는 내가 승무원을 꿈꾸던 시절, 가장 오고 싶지 않았던, 바라지 않았던 항공사 중에 하나이다. 누군가 들으면 복에 겨웠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잘 알았다. 내가 이 항공사에 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리고 난 지금 행복하지 않다.
너무 하고 싶었던 일인데,
나는 왜 그렇게도 내 두 번의 승무원 시절을 모두 불행하다고 느꼈을까?
자유롭고 싶어 선택한 일이,
결국 가장 자유와 거리가 먼 일이라는 걸 난 두 번의 경험 끝에서야 선명하게 깨닫고 이제 정말로
이별하려고 한다.
애증의 10년, 너 때문에 울기도 웃기도 많이 했는데, 나의 청춘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이제 다시는 보지 말자 정말로 안녕, 고마웠어, 나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