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영어 교사입니다] 1장. 나는 왜 영어 교사가 되었을까
[나는 중학교 영어 교사입니다]
1장. 나는 왜 영어 교사가 되었을까
1. 어린 시절 나의 꿈
2. 중학교 영어교사가 되다
3. 첫 수업, 그리고 신참내기의 고군분투
4. 지금도 기억나는 실수
지금도 기억나는 실수
『선생님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책을 번역하면서 나의 신규 교사 시절이 떠올랐다.
‘아, 나도 이런 경험 있는데, 이런 상황은 미국에서도 일어나는구나, 누구나 이런 실수를 하고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구나’라고 공감하며 번역 작업을 했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교사, 학업부진 학생을 대학에 진학시킨 교사, 신참교사의 어려움, 학부모와의 관계, 교사라는 직업을 꿈꾸게 된 이야기 등 많은 에피소드를 접하며 때로는 울고 웃으며 번역했다. 그 중 나와 너무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어 혼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잊고 있던 흑역사가 떠올랐다.
시간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발령을 받고 6개월 동안 너무 힘들었다. 불어 전공자로서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고, 왠지 내 영어 발음에 학생들이 비웃는 것 같고, 아이들이 무슨 질문을 하면 괜히 얼굴이 붉어져 자존감이 점점 바닥을 달리고 있었다.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때쯤 영어교사 신규 연수에서 만난 선생님의 제안으로 여름방학 때 미국 여행을 갔다. 영어 교사로서 미국은 한 번 다녀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교감 선생님은 자율연수를 쓰고 가라고 격려해주셨다. 선배 교사들과 교감, 교장 선생님의 격려 덕분에 힘든 시기를 무사히 지나온 것 같다.
총 4주간의 미국 여행 일정 중, 산타바바라에서 3주간 어학 수업을 들었다. 어학 수업을 들으며 내 영어 실력이 나쁘지 않다는 자신감을 얻고, 학생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교사에게 방학은 필수인 것 같다. 여러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1년도 버티기 힘든 곳이 학교라는 조직이다.
총 4주 일정 중 마지막 1주간 미국 서부 일주를 했다. 1주간의 서부 일주 때 가이드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미국 역사를 더 잘 알게 되었다. 미국 서부 여행을 하면서 내가 경험한 여행 과정을 학생들과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과 나의 여행 경험담을 언젠가는 수업에서도 쓰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패키지 투어를 마치고 미국 서부 지역(요세미티 국립공원, 라스베가스) 등을 소개하는 비디오테이프를 구매해서 귀국했다.
2학기 개학 후 어느 반에서 수업 진도를 다 나가고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을 때 미국에서 사온 비디오테이프가 떠올랐고 틀어줬다. 그런데 라스베가스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일이 터졌다. 라스베가스에 있는 유명한 극장인 ‘물랑루즈’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여성들이 탑리스로 나오는 장면이 학생들에게 그대로 나간 것이다!
남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진땀을 흘리며 비디오를 급히 껐다. 얼굴은 붉어지고 손은 떨렸다. 신참 교사와 학생들이 대형 모니터로 상의를 벗은 여자들을 보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교육용이니 괜찮겠지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몇 초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긴 몇 초였다. 그날 이후 나는 ‘수업 자료는 반드시 미리 끝까지 확인하자’는 교훈을 얻었다.
그 날을 돌아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부끄럽고 한심하게 여겨져 이야기하고 다닌 적은 별로 없다. 번역하며 비슷한 에피소드를 접하고 나니 이런 실수를 나만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다. 내가 위로받았듯이, 이 에피소드로 위로받을 분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 부끄럽지 않게 느껴진다.
비단 신규시절에만 실수하는 게 아니다. 그 이후에도 정말 많은 실수를 했다. 교직이 어려운 것은 매일 아이들과의 일상이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1년 차 실수가 10년 차, 20년 차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20년 동안 없었던 실수가 30년 차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내 것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충만한 인생이 되기도 한다. 충만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주어진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실수를 인정하고 오히려 실수를 통해 더 현명해지도록 노력해야겠다. 내일의 나는 분명 더 현명해져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