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부전공자의 열등감 vs 노력

[나는 중학교 영어 교사입니다] 1장. 나는 왜 영어 교사가 되었을까

by 선경지명

[나는 중학교 영어 교사입니다]

1장. 나는 왜 영어 교사가 되었을까

1. 어린 시절 나의 꿈

2. 중학교 영어교사가 되다

3. 첫 수업, 그리고 신참내기의 고군분투

4. 지금도 기억나는 실수

5. 영어 부전공자의 열등감 vs 노력


영어 부전공자의 열등감 vs 노력


내 주전공은 불어교육이며 부전공은 영어교육이다. 대학 입학 원서를 쓸 때도 영어교육과로 진학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약간의 열등감이랄까 아쉬움은 있었다. 불어교육과 정원이 10명으로 적었기 때문에 독어교육과나 불어교육과 학생들은 다른 과목을 부전공하여야 졸업 학점을 채울 수가 있었다. 부전공을 정할 때 한참 고민했지만 결국 영어를 택했다. 가끔 국어교육을 부전공으로 선택했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대학 입학 때는 사범대만 졸업하면 교사가 되는 줄 알았다. 입학 후 교사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특히 불어교육과는 졸업을 앞둔 몇 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임용 티오가 거의 없었다. 일단 대학원에 진학하여 불어 실력을 쌓으면 기회가 올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대학원 수업은 학부 때와 달리 한 작품을 읽고 내 시선에서 분석하여 발표하는 방식이 좋았다. 진정한 공부는 남이 알려주는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깊게 하고 넓히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대학원 휴학 후 영어 임용고시에 합격했지만, 막상 학교에 발령을 받고 나니 내 영어 실력이 너무 형편없게 느껴지고 열등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학생들 중 외국에서 살다가 온 학생들이 많았고, 다들 내 발음을 비웃는 것 같고, 내 영어 실력을 시험하는 것 같았다. 내가 불어 전공자라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영어 교사로서 학생들을 잘 가르치려면 나 자신의 영어실력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영어 교사가 영어를 저 정도밖에 못해?’등 주변에서 비난을 받게 될까봐 영어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러한 열등감 때문에 교재 연구를 더욱 열심히 했고, 학습지와 파워포인트 등 수업자료를 만드는데 더 공을 들였다.


영어 공부의 일환으로 여름방학 3주간 미국 어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의 영어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표현능력이 부족함을 깨달았다. 홈스테이에서 다양한 나라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동양권 학생들은 말수가 적고 부끄러움을 많이 탔지만, 서양 문화권 학생들은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거침없이 표현했다. 문법 수업에서는 탑을 달렸지만, 다른 수업에서는 입을 다물곤 했다. 유럽 학생들이 거침없이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보며 ‘아! 이래서 서양 문화권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을 통해 깨달은 영어를 잘 하는 방법은 우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수업 중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손을 들고 질문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수업 중에 교사-학생, 학생-학생 간에 토론이 일어난다는 점일 것이다. 또 하나는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은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고, 영어 발음이나 문법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홈스테이 집에서 호스트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을 때, 호스트는 영어를 잘 하려면 무조건 말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 사람들은 특유의 악센트가 있어서 알아듣기 힘들지만, 내 발음이 오히려 평탄하고 알아듣기 쉽다고 해서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방학마다 미국에 연수를 갈 수는 없었기에 매일 저녁 퇴근 후 영어 회화 학원을 다녔다. 방학 때마다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각종 영어교사들을 위한 연수에 참여하고, 토익이나 텝스 시험에 응시하는 등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신규교사 연수에서 만난 선생님들과 북클럽을 하기도 했다. 영어 원서를 하나 정해서 같이 읽고 질문을 준비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영어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호밀밭의 파수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먹어라, 기도하라, 사랑하라』 등을 영어 원서로 읽으며 영어에 대한 흥미가 새롭게 생겨났다.


이제 교직 생활 20년이 넘은 나는 교사 대상 연수 강사로 나가고 있다. 2014년부터 각종 연수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몇 해 전부터는 전국으로 중등 교사 대상 1정 연수 강사로 나가고 있다. 비록 내가 영어 전공자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노력과 시도를 통해 영어 전공자 이상으로 활동을 하며 여러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내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결핍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하게 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된다.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자세로부터 더욱 열심히 노력할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적절한 부족함과 도전과제가 있어야 발전이 이루어진다. 나 역시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에 노력하게 되고, 그런 노력을 통해 조금이라도 발전한 내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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