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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못할 요세미티 국립공원 2

나는 왜 함께 돌아오지 못 했을까? 후편

인생이 정해진대로 예정된 대로 진행된다면 좋을까? 잘 짜여진 여행일정표 같은 인생이면 재미있을까?


나는 4시 20분 정도 도착했다. 급한 마음에 주차장으로 뛰어갔는데 주차장이 휑하다. 버스가 없다. 내 눈을 믿을 수 없다. 주차장이 여기가 아닌가. 다른 곳으로 아저씨가 이동했나. 설마 나를 놓고 갔을리 없어. 여러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뛰어 투어버스를 찾았지만, 없. 다..!
정말 나를 두고 갔. 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등에서 식은땀이 쭉 흐른다.

정말 나를 이 첩첩산중 요세미티에 두고 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진짜 간거야??
너무 놀란 나는 일단 투어회사에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는 차량을 알아봐야한다는 생각이 교차하며 정신이 없었다. 내 핸드폰은 안되는데 일반 버스를 기다리는 무리들에게 전화기를 빌려달라고 하니 자기 전화도 여기서는 안된다며 공중전화 위치를 가르쳐준다. 아,,이건 아니야.. 전화를 한들 문제가 해결이 안될 것 같았다. 내일 아침 일찍  LA로 이동하는 날이기 때문에 꼭 샌프란시스코로 오늘 돌아가야했다. 근처 주차장에서 어떤 가족을 만나서 투어버스가 가버렸다는 상황을 말해주고 혹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지 물어봤지만 역시 이 가족들도 투어버스가 정말 갔냐며 나보다 더 놀라며 걱정했다. 일단 근처 Lodge 센터로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그때 주차장에서 나처럼 동공이 흔들리는 한 동양인 남자를 봤다. 직감으로 이 사람도 투어버스를 놓친 것 같았다. 물어보니 역시나 맞다. 그것도 나랑 같은 차량이였다. 오 마이 갓. 이 사람은 단지 7분 늦었단다. 정말 4시 정각에 버스가 떠난 거다. 단 10분도 안 기다려줬다. 아니 인원점검이라는 것을 했나 싶다. 이런게 미국인가. 시간 관념만 철저한. 일단 돌아오라는 시간에 늦었으니 할 말은 없지만 내 가이드북이며 스카프 등이 내 자리 위에 그대로 두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원점검이라는 것을 했더라면 인정상 조금 기다려줄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다른 여행객들도 있었으니, 한국인도 아니고, 모두가 소중한 시간이니  시간이 됐으니까 갔겠지.

나처럼 낙오(?) 된 남자애는 중국인이였다. 이 사람도 내일 아침 라스베가스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해 둬서 꼭 오늘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야 했다. 일단 둘다 샌프란시스코로 오늘 돌아가야하니 함께 돌아갈 방법을 알아봐야했다. Lodge에 가서 스탭에게 사정이야기를 하니 매니저가 나왔다. 이 매니저는 우리보다 더 동공이 흔들리며 당황한 듯했다.

어떻게 외국인을 여기에 놓고 갈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여행사 드라이버까지 컨트롤할 수는 없다. 정말 미안하다. 우리가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고 도와주겠다.

아 정말 이렇게 고마울 때가. 역시 어디가나 인정은 있는 법이다. 중국인은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여서 다행이였다. 자기가 예약한 투어회사에 수차례 전화를 한 끝에 연결이 되었다. 답변은 버스는 돌아갈 수없다. 네가 알아서 돌아가야한다는 것이였다. 예상은 했지만...
일단 정신을 차리고 매니저와 돌아갈 방법을 알아봤다. 이 곳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이고 바로 돌아가는 버스가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근처 도시로 이동해서 거기서 비행기를 타든, 암트랙 타고 이동을 하든, 버스를 타고 이동하든 해야했다. 아니면 렌트를 해서 운전하고 가든지. 여러 방법을 두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비행기는 너무 비쌌고 렌트를 하려고 하니 내가 운전을 다하고 가야했다. 초행길이고 밤이라서 자신이 없었다. 암트랙은 버스를 타고 내일 아침이나 있는 것 같았다. 아,.. 어떻게 해야하는지…한참을 알아보고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밖에 나와 있는데, 아까 만났던 일본인 여대생 친구들이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이 아닌가. 나를 보더니 아직 여기 있냐고 묻는다. 나를 두고 투어버스가 가버렸다고 하니…두 눈이 커진다. 다들 놀랄 일이다. 그런데 한 여자애가 걱정하지 말라고 오늘 갈 수 있다고 하면서 자기가 예약한 투어회사의 바우처를 꺼낸다. 거기에  투어 버스를 놓쳤을 때 샌프란시스코에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요세미티에서 나가는 버스가 아직 남아 있었고 6시 버스를 타고 근처 도시로 가서 다시 암트랙 기차를 탄 후 버스로 환승해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면 된다고 상세히 적혀 있어 나에게 알려주었다. 정말 요세미티의 나의 천사들이였다.

그 방법대로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로 가기로 했고 고마운 Lodge 매니저에게도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한바탕 정신없는 2시간을 보내고 나니 버스에서 기진맥진이 되어 몸이 축쳐졌다. 그때 창밖은 해가 지고 있었다. 뉘엿뉘엿.. 요세미티의 노을 볼 수 있었다.


하나가 가니 또 다른 하나가 온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소동을 겪지 않았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요세미티 노을을 볼 수 없었겠지? 중국인 아이와 웃으며 노을을 봤다.

그래도 나는 화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암트랙 역에 도착했을 때 인터넷이 되었다. 애초에 내가 예약한 투어 회사 고객센터에 이 상황에 대해서 메일을 보냈다. 물론 내가 늦은 것은 맞지만 드라이버가  제대로 인원점검을 했는지 내가 드라이버에게 연락 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어필하며 내 속상한 마음을 하소연 하듯이 정식으로 투어회사와 드라이버의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기 위해 지불한 버스와 기차표 값을 돌려달라고까지 했다. 순전히 속상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였다. 그리고 잊었다.  한참을 그렇게 기차타고 버스로 환승해서 새벽 1시에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 새벽 공기는 무척 추웠다. 이때 걸린 감기가 서부 여행 내내 나를 괴롭혔다. 우린 우버를 타고 숙소로 가기로 했다. 다행히 둘 숙소가 한 블럭 거리로 가까워서 일단 내 호스텔에서 먼저 내리기로 했다. 우버값 반절은 내가 주었다. 무사히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정말 긴 하루였다고. 잊지 못할 하루였다고 웃으며 헤어졌다.
10년은 늙은 것 같은 이 하루가 평생 잊지 못할 하루로 남게 됐다.


그 뒤에 어떻게 되었냐고요? 고객불편사항은 접수가 됐을까요?
네! 접수가 됐어요! 메일 보내고 저도 까맣게 잊어 먹고 있었어요. 일주일도 훨씬 지나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통장 확인을 하는데 무슨 돈이 입금되어 있는거예요. 그 투어 회사 이름으로! 너무 놀라서 그때서야 메일을 체크해봤는데 일주일 전에 메일이 와 있더라구요. 아주 장문의 정중한 사과 메일이.
내용은..
'너무 미안하다. 이런 실제적인 여행 피드백을 우리는 원했다. 우리는 그 로컬 투어회사와 파트너십을 가지고 계속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투어비용은 100% 환불해주겠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기 위해 썼던 비용 영수증과 카드 번호를 알려주면 돈을 환불해주겠다. 이건 우리 매뉴얼대로 하는 것이니 네가 연락주길 바란다. 다시 한번 너무 미안하다’ 이런 메일이 와 있더라구요. 몇 번의 전화통화 끝에 돈도 다 환불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 아무나 할 수있는 건 아니겠죠?
요세미티 국립공원 낙오 경험으로 내가 인종차별을 받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미국이 싫어졌는데, 투어회사의 이런 반응이 제 마음을 돌려놓게 만드네요.

그리고 인생에 한 가지 교훈을 또 얻습니다.
일단 내 목소리를 내 보자.
혼자 간 여행이였기 때문에 여행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한다는 것.
누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는 것도요. 여행도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대로 여행이 디자인 되듯이 인생도 오롯이 혼자 모든 걸 감당하며 결정해야 할 때가 있지요. 내가 결정해야하고 선택한 것으로 내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도 배웁니다.

첫 질문.
인생이 잘 짜여진 여행계획표대로 된다면 재미있을까? 모든 것이 순적하게 이루어질 테니 안정적으로 살 수는 있지만, 인생이 그렇게 살아지는 것만은 아닌 법. 돌발 상황이 많은 인생에서 그것을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 여행에서 이런 돌발상황을 경험했기에 인생을 또 한 번 배우게 된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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