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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요세미티 국립공원 1

나는 왜 함께 돌아오지 못 했을까? 전편

새벽, 샌프란시스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는 날이다. 투어를 신청했기 때문에 모이는 장소로 가야했다. 6시 30분까지는 가야하는데 Fisherman's Warf 에 있는 투어회사여서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야했다.

월요일 아침. 아직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잠잠히 아직 도시는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온전히 나 혼자만 깨어서
이 도시를 혼자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다.

거리를 걷다가 저멀리 동이 터오르는 베이브리짓을 보았다. 샌프란시스코를 깨우는 모습같아 감상에 젖는다. 혼자 자유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이른 시간에 도시를 걷는 건 참 드문일이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새벽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을 천천히 느끼며 걸어보았다.



7시가 다 되어 투어회사 문을 열었다. 근처 스타벅스에서 간식으로 먹을 빵과 커피를 사고 버스에 올랐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버스로 약 3~4시간 정도 걸리는 꽤 먼 곳이다.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힘들어서 투어상품이나 개인 렌트카를 이용해서 다녀와야 할 곳이다.

처음엔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갈까말까 고민했었다. 이미 작년 뉴질랜드에서 대자연을 보고 온 후라 과연 비슷할 것 같은 요세미티까지 하루 일정을 내서 가야할까.. 고민 했다. 그래도 아메리카 대륙의 자연경관이 있겠지.. 빙하 침식, U자형 계곡.. 이런 풍경은 이미 뉴질랜드에서 충분히 보고 느끼고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웅장한 기암절벽이 절경이라고 하니 나중에 사용할 자료수집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겠다 싶은 마음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한국 투어상품도 있고 현지 투어상품도 있었는데 좀 더 저렴한 상품인 현지 여행사 상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오늘 하루가 무척 긴.. 아주 긴.. 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게 될 여행이 될 줄은 전혀.. 정말 전혀..알지 못했다.

내가 선택한 현지 투어회사는 Viator였다. 실제로 운영은 로컬 여행사 Super Sightseeing Tours-Gray Line of San Francisco 에서 했다. 다양한 여행사에서 손님을 모객한 후 이 로컬 여행사에서 데리고 떠나는 투어상품이였던거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도착할 때까지 모든게 순조로웠다. 운전기사 아저씨도 친절했고 운전도 잘 했고 요세미티 공원에 대한 영상도 보여주고 설명도 해줬다.
바깥 풍경도 좋았다. 걷는 뚜벅이 여행을 하다가 이런 버스를 타고 가니 일단 편한 마음이 들었다. 베이브릿지를 건너 버클리쪽으로 갈 때도 여기는 일부러 가지 않으면 못볼 곳인데 버스를 타고 편안히 내가 못 보는 곳을 보는 거라 공짜 여행하는 기분도 들었다. 바깥 풍경을 보며 한참을 달렸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까워지자 여름 휴가철이라서 사람들이 참 많았고 차량도 많았다. 좁은 길이였기 때문에 날짜를 잘못 잡으면 엄청 막힐 것 같다. 울창한 숲을 보는 것 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힐링이다. 고불고불 산길을 지나 어느 곳에서 내렸다. 빙하침식 지형임을 정확히 알 수 있는 U자형 계곡이 선명하게 보이는 이 곳이 포토존인 것 같다.  한꺼번에 다양한 뷰를 볼 수 있는 이 곳은, 설명서를 보니 매일같이 달라지는 모습이 장관인 곳이였다. 변화무쌍한 날씨와 계절에 따라 똑같은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한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은 날이라서 하프돔 너머도 보이고 저절로 기분이 좋다.


다시 버스를 타고 버스 주차장에서 내렸다. 버스 기사아저씨가 가이드겸인 것 같았으나 우리를 데리고 다니는 그런 가이드는 아니였다. 아저씨가 오후 4시까지 돌아오라고 말해주고 모두 내려 각자 알아서 구경을 하고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중간에 휴가차량으로 밀려서 늦게 12시에서 1시 사이에 주차장에 도착했으니 실제 요세미티를 구경하는 것은 몇시간 안되었다. 블로그에서 자료검색한 곳까지 다 둘러볼 시간은 없어보였다. 만약 요세미티를 자세히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투어상품 내용을 잘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1박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돌아보는 방법은 개인 렌트카, 자전거, 공원 내 셔틀버스나 자체 투어상품 등이 있는데 나는 공원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돌아보는 것으로 정했다. 일단 visitor 센터에 가서 지도나 차량시간이나 몇 가지 정보를 알아보기로 했다. 같은 투어버스를 타고 온 일본인 여자친구 2명과 같은 일행이 되서 다니게 되었다. 이들이 나의 요세미티 천사였음을 나중에 알았다. 버스를 타고 먼저 간 곳은 요세미티 폭포였다. 우창한 전나무길을 지나면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천연 미스트를 맞을 수 있다.

웅장한 폭포소리가 저 멀리서도 들렸다. 듣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폭포아래 서 있는 사람이 정말 개미처럼 작아보여 이 폭포의 규모가 짐작됐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둘러 보니 커다란 기암절벽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규모가 대단했다. 내가 사진으로 담은 것은 별로 없지만 요세미티 국립공원 검색을 하면 계절별 요세미티의 웅장함을 쉽게 찾아볼 수는 있다.




일본인 여대생 친구들은 실제 절친이였다. 같이 교환학생으로 온 의대생이였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유쾌한 친구들이였다. 한참을 폭포밑에서 사진찍고 놀았다. 나오는 길에 곰도 봤다. 이곳은 야생곰이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이 친구는 곰을 처음으로 봤다고 했다.


피톤치드가 엄청 나올 것 같은, 건강해질 것만 같은 이 곳에서 더 머물고 싶었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 다른 곳으로 서둘러 이동해야했다. 셔틀버스에 사람들이 많아서 몇대를 보내고 타야했지만 말이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Mirror Lake 로 향했다. 꽤 멀리 가긴 했다. 버스 정류장은 17번에서 내린다. 내려서 또 한참을 걸어 갔다. 가다가 같은 버스를 탔던 가족들이 돌아가는 모습을 봤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뒷일은 생각못하고 한참을 그곳에서 물 속에 들어가며 물장구도 치는 시간을 보내고 사진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일본인 여대생 친구들은 요세미티에서 1박을 하고 내일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다고 했다. 밤에 야경이 얼마나 멋질까. 이런 곳에서 1박 캠핑을 한다면 더할 나위없는 추억이 되겠지. 쏟아질 듯한 별들을 바라보며 이 친구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이 친구들은 중간에 숙소근처에서 먼저 내렸다. 돌아오는 길이 왜이리 막히는지, 셔틀버스는 모든 정류장에서 멈췄고 시간은 4시를 넘길 것 같았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4시까지 오라고 했는데.. 친절한 아저씨인데 설마 나를 두고 갈까. 맘이 초조해져서 4시가 되기 전에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전화번호도 모르고 여기는 첩첩산중이라서 전화기도  No Service 였다. 내 맘과 달리 여전히 셔틀버스는 다른 귀가차량들 틈에서 천천히 갈 수 밖에 없었고 4시가 훨씬 지나서 정류장에 도착했다.

과연 아저씨는 나를 기다려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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