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야경구경하기 좋은 밤?!

마지막 야경 구경이 될 줄 몰랐지

블로그를 찾아보고 갔던 차이나타운 맛집은 실패다. 음식이 내 입맛엔 짜서 고생했다. 선택은 내가 했으니...저녁을 먹고 나오니 캄캄해졌다. 많이 걸었던 하루였는데 왠지 숙소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오늘밤이 샌프란시코 야경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밤이다. 내일 요세미티에 다녀오면 늦게 올텐데... 단순한 생각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밤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일요일 밤.  

새로운 일주일을 맞이하기 전 날밤의 거리는 한산했고 다니는 사람도 드물었다. 그때, 인적이 드문걸 알아챘을 때,  집에 갔어야 했다.

하지만 나의 발걸음은 페리빌딩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베이브릿지 야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경은 오늘처럼 맑은 날 보는 거라고. 미국은 밤에 돌아다니지 않는게 좋다는 걸 까맣게 잊어먹고 말이다. 페리빌딩 앞 넓은 도로위로 노란 가로등 불빛과 자동차들. 좁은 도로만 봤던 길과 다르면서 야경이 참 멋졌다.


페리빌딩으로 건너가려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양팔을 잡았다. 너무 놀라 소리를 치며 뒤돌아보니 홈리스였다. 오..! 본능적으로 뿌리치며 소리를 지르니 나를 잡았던 홈리스도 같이 놀란 듯했다. 옆에 서 있던 아저씨가 같이 쫒아줘서 다행이였다. 너무 놀래서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뒤에 사람 인기척을 감지하지 못했던 거다. 난 내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 뒤로 여행하면서 혼자 길을 걸을 때 가급적 음악을 듣지 않으려고 했다. 아..정말 놀랬다.

순간 많은 생각이 오갔다.  

내가 왜 이 밤에 나왔나.. 혼자 여행온 걸, 여긴 낯선 여행지라는 걸 잊었구나. 만약 옆에 아무도 없었다면...아휴.. 횡단보도 불이 파란불로 바뀌고 일단 건넜다.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일단 천천히 걸었다. 혼자 많은 여행을 했지만 그리고 야경 구경을 많이 해 봤지만 이런 일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로 출장 온 적 있는 친구 남편이 홈리스가 많으니 조심해서 다니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일단 주변에 야경 구경나온 인도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그 무리에 껴서 걸었다. 페리빌딩이 밤이 되니 음침하기도 해서 주변에 순찰도는 경찰들 모습이 종종 보였다. 아무튼 최대한 사람들 틈에 있기로 하고  걸었다.

야경구경하기 좋은 밤이긴했다.


베이브리짓까지 본 다음, 뮤니를 타고 숙소로 가려고 뮤니버스정류장에 가니 홈리스가 앉아 있었다. 뮤니가 오려면 좀 더 기다려야해서 좀 떨어진 곳에서 서있었다. 옆에는 야경을 찍으러 나온 사람이 있었다. 나중에 나한테 카메라와 가방 조심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홈리스 조심하라고.. 밤 되면 무조건 조심해야한다고. 뮤니버스가 빨리 오면 좋으련만.. 일요일 밤이라서 배차시간이 꽤 길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서 무서워지는 바람에 걷기 시작했다. 걷다 뛰다가 뮤니가 오면 타고 가야겠다고.

그땐 왜 우버나 택시를 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을까..지금 생각해도 내가 참 답답하다.


걷다보니 홈리스를 여럿 보았다. 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앞만 보고 걸었다.
계속 뒤에서 누군가 쫒아오는 것 같기도 하고..
한참 가다보니 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그 곳에서 기다리다가 뮤니를 타고 숙소에 갔다. 역시.. 미국에서 여자 혼자 야경 구경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일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무지개 깃발, 카스트로 거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