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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깃발, 카스트로 거리

Love Wins...

몇 년 전, 대학로에서 'The Pride 프라이드' 라는 연극을 혼자 본 적 있다.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선택한 연극치고  배우들 연기가 너무 좋았고 내용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어서 인상깊게 남았다. 내용이 동성애에 관한 것인지 모르고 갔지만 공연 내내 숨죽이며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면서 도심 곳곳에 무지개 깃발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간 SNS에서 LGBT 에 관해 이슈가 있었고 그 상징인 무지개를 자신의 프로필에 덧입히는 것도 많이 보았다. 그런데 나는 처음에 그것과 이 깃발을 연관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도시에 대해 정말 아는 것 없이 여행왔다는게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도..


알라모 스퀘어 공원 근처 예쁜 집을 구경하고 카스트로로 이동했다. 어젯밤 같은 숙소를 사용하는 폴란드 아줌마가 갔다 온 이야기를 듣고 더 호기심도 생겼다. 아줌마가 바에서 본 여러 장면들을 연기하며 이야기하는데 아줌마의 다소 오버스러운 이야기가 흥미로웠지만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하기도 했다. 동성애에 대한 시선은 외국인들에게 좀 더 받아들이는게 자연스러을 거라 예상했는데  여전히 국적, 인종을 초월해서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좌우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동성애는 내 삶에서 그다지 큰 이슈로 들어 온적이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 여중, 여고를 나오면서 멋있어 보이는 선배 언니를 좋아한 적은 있다. 그것도 잠시 성장의 일부였고 다른 친구들도 아이돌처럼 생긴 멋있는 언니들을 연예인 좋아하듯 좋아했었다. 그건 이성적인 감정과 다른 것이였다. 그렇게 나와 별개로 느껴졌던  LGBT는 여행 속에서 다가왔다. 구글지도를 보며 오르락내리락 한참을 걷고 또 걸으니, 저기 멀리 하늘 높이 무지개 깃발이 자유롭게 날리는 카스트로 거리가 보였다.

이 거리에 올 때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거나 두리번 거리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아니 다짐했다.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 호기심이 어쩌면 촌스럽게 느껴진다고 그 순간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이 거리에 오니 내가 늘 봐왔던 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들 뿐이였다.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다른 사람에게 별로 신경쓰지 않는. 나는 과연 무엇을 기대하고 여기에 왔던 걸까?


"Love wins"

어느 상점에 걸린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그렇다. 사랑이..이긴다.

사랑이란 감정은 사람사이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 자연스러움을 누군가는 고통스럽게 느껴야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무지개 횡단보도를 건너듯이 모든 사랑이 안전하게,  아름답게 받아들여지길 바래본다.


여행 일정이 맞았다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매해 6월 말에 하는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연극 Pride에서도 이 퍼레이드가 언급되었던 것 같다. 이 축제에 참가하며 주인공이 언덕에 앉아 친구와 대화를 나누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때서야 그 연극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래..거기가 샌프란시스코가 배경이였고 이 퍼레이드. The Pride 였던 거야. 다시 이 연극이 공연한다면 꼭 봐야겠다.

그럼 느낌이 더 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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