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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부자 Jul 22. 2022

시간의 소중함

자꾸 잊어버린다

핸드폰 메모 '다짐'이라는 제목으로 생활 10계명을 적어뒀는데, 그 중 첫번째 다짐은 이러하다.


1. 생의 유한함을 의식하자.

- 하루는 누구에게나 항상 24시간이다.

- 지금 이 순간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고, 결정할 때는 내 우선순위와 가치관을 '의식'하자.


28살에 사회로 나온 이래 약 10년 동안 동기, 선배 등 동년배 5명의 죽음을 경험했다. 사인도 질병, 사고 등 다양했다. 검사 임관 1년차 때는 동기 검사가 자살을 했고, 연수원 같은 조였던 동기 변호사 오빠는 위암, 또 다른 동기 검사 오빠는 간암이었다. 젊은 나이에는 암의 전이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두번의 부고로 짐작할 수 있었다. 몇년 후 강릉에서 큰 폭발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접했고 '내가 일했던 강릉에서 이런 일이 다 있네' 생각하며 기사를 읽었는데, 그날 저녁 대학 선배의 부고를 접했다. 그 선배는 강릉과 아주 무관한 장소인 대구에 살고 있었는데 회사일로 강릉에 견학을 갔다가 폭발 당시 하필 폭발 장소 바로 옆을 지나다가 화를 입었다고 했다. 하필, 어쩌다, 어떻게 등의 말이 절로 나오는,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안타까운 부고였다. 그로부터 몇년 후 또다른 대학 선배가 암으로 투병하다가 죽었다. 그 선배는 페이스북으로 자기의 투병생활을 공유했고 그 글마다 좋아요를 누르며 응원했는데.. 젊은 나이에는 암의 전이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또 알 수 있었다.


꽤 어렸을 때부터 동년배 동료들과 선배들의 본인상을 몇번이나 경험하다 보니, 자연스레 삶의 유한함에 대해 여러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유한한 삶에서 뭣이 중한지에 대해서도. 내 삶에는 끝이 있고, 그 끝이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 내일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질병도 뾰족한 원인을 찾기가 어우니 인과관계보다는 운의 영역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불운은 예방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시간을 귀중한 보물로 여기자고 여러번 다짐했었다. 내 인생의 가장 귀중한 자산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 이 귀한 시간을 그냥 되는대로 흘려보내지 말고, 이 시간을 무얼 하며 보낼 것인지 '의식'적으로 '선택'하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시간에 끝이 있다는 것을 자주 잊어버리고, 소중한 가족들과 어느 순간에는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자주 까먹고, 마치 영원히 살 인간처럼 사소한 일로도 아이에게 짜증을 내거나  가 의미가 없는 일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곤 한다. 그래서 핸드폰 메모이 다짐을 적어 놓고, 아침에 깨자마자 적어놓은 다짐을 확인하려고 한다. (근데 메모장 확인도 자주 까먹는다..)


시간을 누리면서 자유롭고 느긋하게 살기 :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여덟살, 여섯살 두 아이가 있는 전문직 워킹맘의 생활은 자유와 느긋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내 마음 가는 것들을 하며 느긋한 기분으로 시간을 보내는 때는 극히 드물다. 때로 슬픈 기분이 들고, 내 인생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나, 내가 바라는 삶이 지금 이 모습인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드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 아침 일찍 일어나 아무도 깨지 않은 시간에 내 마음가는 일들을 하려고 한다. 아침 산책이나 책 읽기, 일기쓰기 같은 소소한 일들을. 이런 소소한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내 마음이 어두워지므로. 그런데 너무 바빠서 피곤하거나 몸상태가 좋지 않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잘 되지 않는다. 자유롭고 느긋한 아침 시간을 누리려면, 평소 업무량을 적절하게 안배하고 몸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오늘 아침에는 다행히 일찍 눈이 떠졌고, 좀 뒤척이며 더 누워있을까 고민하다가, 핸드폰 메모장의 다짐을 한번 읽고 자리에서 일어나, 영양제를 먹고, 스트레칭을 하고, 여행에 대한 책과 돈에 대한 책을 읽었다. 오늘 읽은 '돈의 심리학' 이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이 나왔다.


[내 뜻대로 쓸 수 있는 시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선택권을 더 많이 갖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화폐 중 하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저축을 할 수 있고, 그리고 해야만 한다.]


돈과 시간에 대한 평소의 내 생각과 일치하는 문장이다. 내 안에 막연히 품고 있던 생각을 명쾌하게 표현해 낸 문장들과 마주치는 것은 즐겁다. 책 노트에 이 글귀를 적으면서 오늘의 귀한 아침 시간을 마치고, 해야 할 일들을 하는 시간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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