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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부자 Oct 18. 2023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

실수해도, 실패해도 괜찮다. 도전해 보자.

아주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았었다. 꿈이 수시로 바뀌었다.

방수현 선수가 배드민턴으로 금메달을 따는 걸 보고 배드민턴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예쁜 발레리나를 접하고 발레리나가 되겠다고 생각했었다(아마도 강수진씨 인터뷰를 보았던 것 같다).

이런 소망은 잠깐의 공상으로 그쳤고, 배드민턴을 배우거나 발레를 배우는 등의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조금 더 커서는 5개 국어를 배워 자유자재로 구사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엄마가 내 희망사항을 듣고 기뻐하며 엄마의 친구에게 전화로 내 꿈을 자랑했던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다(부모에게는 아이의 꿈도 자랑이 될 수 있다는 게 어린 마음에도 신기했다). 5개 국어.. 중에 영어는 주요 과목으로 배웠고,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고, 자의로 일본어도 잠깐 배웠는데, 소통의 기능을 하는 '언어'로써가 아닌 교과목으로 대했었다. 영어도, 일어도, 독어도 꾸준히 공부한 적은 없었고, 그렇게 5개 국어와도 멀어졌다.  


대학생이 되면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를 해보고 싶었고, 국토대장정에 참가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일정이나 신청 방법 등을 찾아보지도 않았다. 힘들 게 뻔한 그런 활동들을 굳이 감수할 만큼의 열정은 없었고, 막상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알아보는 것도 귀찮고,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도 귀찮았다.  


올 겨울 남편의 친구 찬스로 말레이시아에 한달살기를 도전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남편 친구는 싱가포르에 살고 있고, 말레이시아에 세컨드하우스가 있다고 한다. 부럽다.) 여름까지만 해도 '무조건 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항공권을 예매해야 할 시점이 다가올수록, 말이 잘 안 통하는 곳에서 아이들과 삼시 세 끼를 먹으며 함께 하는 일상이 걱정되었고(한국에 있으면 둘째는 유치원에 보내고 첫째는 학원에 보내 잠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고, 익숙한 집에서 익숙한 도구로 밥을 지어 먹일 수 있다), 아이들이 현지를 느낄 수 있도록 가볼 만한 곳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 되었다.

 

이런 익숙한 편안함을 두고 낯선 곳으로의 모험을 감행할 것인지 망설이다가, 지난날 제주도 자전거 일주도, 국토대장정도,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을 떠올렸다. 오래 동경해 왔던 제주올레길 완주도 아직까지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떠올렸다. 각종 한달살기 책을 선망하는 마음으로 읽어놓고, 또 이렇게 편안함에 안주하여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를 흘려보낼 수는 없다. 그냥 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다가오는 겨울에 3주간 말레이시아로 간다!!! 사실 느낌표를 세 개나 붙일 만큼 그리 엄청나고 대단한 것도 아니다. 이미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방학 때 외국에 나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미국 등 선택지도 많고, 정보와 후기도 많다. 다른 가족들과 다른 점은, 내가 아이들을 영어캠프에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외국에서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3주간 함께 보내게 될 것이다. 나와 남편 둘 다 해외에서 그렇게 오래 있어본 적이 없고, 관광이 아닌 살아보기 체험은 처음이다. 나와 가족들이 이 경험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가지 않고 나중에 돌이켜 후회하는 것보다 일단 가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이 여행은 우리 아이들보다는 나의 내면아이를 위한 모험이 될 것이다.


이걸 계기로 익숙한 편안함에 안주하며 머뭇거리는 대신,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사소한 도전들을 해보기로 했다. 이웃 주민이 영어회화 스터디 회원을 충원한다는 글을 올렸을 때, 잠시 고민했지만 제일 처음으로 지원 댓글을 달았다. 이미 오래 진행된 스터디라 너무 수준이 높으면 어떡하나, 남들 앞에서 영어로 말할 수 있으려나 고민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큰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 안 맞으면 한번 나가보고 그만둬도 되니까 일단 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원어민 선생님이 계신 덕분에 회원들 수준 차이가 있어도 진행될 수 있는 모임이라, 낯설고 어렵지만 뿌듯하고 씩씩하게 다니고 있다.  


그리고 또, 이웃 주민을 상대로 테니스 랠리 파트너를 구하는 글을 올렸다. 우리 집 근처에 아주 훌륭한 테니스 코트가 8면이나 있는데, 주말에는 예약이 아주 치열하지만 평일에는 거의 비어 있다. 이런 좋은 코트를 바로 코앞에 두고도, 랠리를 같이 할 상대가 없어서 코트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호회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비루한 실력이라 남에게 폐가 될까 봐 동호회는 가입할 수 없다. 초보도 랠리 연습을 해야 실력이 폭발적으로 는다고 하는데, 랠리 없이 레슨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성장에 한계가 보이니 레슨도 지루해진다. 나와 같은 처지의 (못하지만 연습은 하고 싶은) 동네 주민이 틀림없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글을 올리려고 하는데, 또 주저함이 생겼다. 아무도 댓글을 안 달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상한 사람이나 변태가 댓글을 달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경찰에 신고하고 집에 오면 된다) 댓글 단 사람이랑 실력차가 너무 나서 랠리가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그냥 한 시간 연습하고 서로 쿨하게 헤어지면 된다) 이렇게 주저하는 마음을 이기고 고심 끝에 모집글을 올렸고, 다행히 비슷한 실력의 좋은 파트너가 지원해서 엉망진창 랠리를 즐겁게 주고받았으며, 한번 더 코트를 예약해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만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데, 잘하기 어려울 것 같은 일은 웬만해서는 시도하지 않는다.

반면에 의무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면 어렵든 아니든 그냥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내 삶이 의무로 가득 차 있었다.

대부분의 일은 잘하게 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의무가 아닌 잘하고 싶은 일에는 시간과 노력을 별로 들이지 않았으니, 잘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의무가 아닌 일, 시도해보고 싶었던 일, 잘하고 싶은 일에 도전을 하기로 했다.


이런 문장들에서 용기를 얻는다.

못해도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

실패해도 괜찮다.

막상 해보니 별로여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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