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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당 하나의 머그컵만 사용하기

시간부자의 단정한 살림

by 시간부자

우리 집에는 꽤 많은 머그컵이 있었다. 구입한 것도 있고, 사은품으로 받은 것도 있고, 직접 만든 것도 있다. 문제는 꽤 많은 머그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쓰려고 보면 컵이 몽땅 싱크대에 들어 있어서 쓸 컵이 없을 때가 왕왕 있고, 저녁 마무리 설거지할 때 설거지할 컵의 양이 너무 많아 힘들 때가 자주 있었다.


열흘간 머물다 돌아온 제주의 숙소에는 머그컵이 딱 세 개만 있었다. 컵의 개수가 적으니 사용 후 바로 씻어두었고, 덕분에 컵이 모자라서 불편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제주에서 돌아와 집에서 저녁 설거지를 하던 어느 날, 하루동안 우리 가족이 사용한 컵으로 식기세척기 절반이 꽉 차는 것을 보고 결심했다. (그중에는 내가 쓰고 넣어놓은 컵이 제일 많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 집은 가족당 하나의 머그컵만 쓰기로 한다! 자기가 쓴 컵은 사용하자마자 곧바로 물설거지를 해서 다음에 또 쓰고, 저녁 마감 설거지 때만 세제로 닦기로 했다.


<비포 & 애프터> - 사진에 없는 컵이 두 개 더 있다.


가족 각자가 자신이 쓸 컵을 딱 하나씩만 골랐다. 이때 똑같은 모양이 중복되지 않도록 해서, 내 컵인지 니 컵인지 헷갈려 분쟁이 생길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 컵은 찬장에 보관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고 해서 멀쩡한 물건을 그냥 버릴 수는 없다. 찬장에 보관하는 여분의 머그컵은 손님이 왔을 때 쓰거나 사용하던 머그컵이 깨지면 보충하기로 한다. 그렇게 우리 집에는 사용하는 컵이 네 개, 여분의 컵이 여섯 개가 되었다.


컵의 수를 가족당 하나로 줄이니 장점이 많다.

우선, 설거지할 컵의 양이 대폭 줄었다. 녁에 마감 설거지 때 세척할 컵의 개수가 항상 네 개뿐이다.

나만 쓰는 전용 컵이라 물을 마시고 나서 세제로 씻지 않고 물설거지를 하니, 컵에 남아 있을 잔여 세제 걱정이 줄었다.

여분 머그컵이 여섯 개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머그컵을 사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얼마 전에 다이소에 갔는데, 온갖 신기하고 예쁜 물건들에 물욕이 솟아올랐지만, 머그컵 코너에는 관심도 눈길도 가지 않았다.

나와 있는 컵의 수가 줄어드니 공간이 한결 단정해졌다.


사용하는 컵의 개수를 줄이면서 한 번 더 깨달았다. 다양하게 많이 가질수록 훨씬 더 편리할 것 같지만, 예상외로 적게 소유하는 쪽이 더 편하고 유용할 때가 많다. 나와 있는 물건의 개수를 줄이면 공간에는 여유가 생기고, 관리에 들어가는 시간도 줄어든다.

머그컵뿐만 아니라 책, 장난감 등 필요 이상으로 나와 있는 다른 물건들도 마찬가지니, 독자님들도 한 번 실험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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