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계속, 하라.
최근 "저스트 킵 바잉(JUST KEEP BUYING)"이라는 주식 투자 관련 책을 읽었다. 작가는 우연한 기회로 "300만 구독자를 있게 한 세 단어"라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 영상에 소개된 조언 "그냥, 계속, 올려라."를 '투자와 부의 축적'이라는 주제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 제목도 "그냥, 계속, 사라"로 지었다. 이 책의 주장 요지는 "주식투자로 돈을 벌려고 할 때 주식을 '언제' 사는가는 중요하지 않고, 다만 주식을 사고, 또 사고, 계속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이 책의 도입부에 소개되어 있었다.
"그냥 계속 사라. 사고 또 사고, 계속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도입부를 읽고 감명을 받은 나는, 뜬금없게도, 책이 사라고 한 주식은 안 사고, 오래 로망으로 간직해 왔던 일본어 공부를 '또다시' 시작했다. 숱하게 시도했다가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책의 권유대로, 단어가 잘 외워지지 않아도, 매일 10개의 단어를 쓰면서 "그냥 계속 공부"하고 있다.
"그냥 계속하라"는 조언에 대해 생각해 볼수록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를 잘하고 싶다면, (달리기가 잘 늘지 않아도) 계속 달리기를 연습해야 하고,
일본어를 잘하고 싶다면, (가타카나가 잘 안 외워져도) 계속 일본어를 공부해야 하며,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크게 달라지는 것 같지 않아도) 계속 영어를 공부해야 하고,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내가 써낸 글의 퀄리티에 좌절하지 말고) 계속 주야장천 글을 써야 한다.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고 싶고, 앞으로 더 나아지고 싶은 사람에게 "그냥, 계속, 하라"는 마법의 주문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건 간에 자신이 정한 어떤 일을 "그냥 계속하면"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그냥 계속하기"를 통해 내가 원하는 나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신체적인 측면에서 '내가 원하는 나'는 '군살 없고 근육 있는 탄탄한 몸매에 10km를 무리 없이 뛰는 체력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매일 한 번은 17층 우리 집까지 계단으로 오르고, 자기 전에 6분짜리 복근운동 영상을 따라 하고, 처음에 20분으로 시작한 슬로조깅을 5분씩 늘려서 이제는 1시간을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군살도 있고, 탄탄과도 거리가 멀고, 10km를 달려보지 못했고, 무리 없이 뛰지도 못하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는 '내가 원하는 나'에 가까워졌다. 이렇게 "그냥, 계속, 하기로 정한 것을 하다 보면" 어느 날 목표한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나'는 10년 뒤에 산티아고 순례길 종주를 하면서 길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순례자들과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순례길을 걷는 이유와 감상에 대해 교감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EBS 라디오 '입이 트이는 영어'를 듣고, 주 1회 영어스터디를 나간다. 아직도 유튜브에서 미국 배우들의 영어 인터뷰 영상을 보면 빠른 속도와 미끄러지는 발음에 제대로 알아듣기가 힘들다. 여전히 영어로 말을 하려고 하면 머리가 멍해지면서 단어를 찾아 더듬거린다. 모르는 단어가 아닌데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알아듣는 말이 늘었고, 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조금 더 많아졌다. 아직 외국인과의 자유로운 대화는 택도 없지만, 이렇게 10년 정도 하다 보면 순례길 위에서 만난 외국인과 어느 정도는 소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계속하고 있다.
자기 계발서 애호가이자 프로 다짐러(자주 다짐하고 자주 실패하는 사람)로서 책과 경험에서 얻은 "일단 시작하고 꾸준히 지속하는 팁" 몇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최적의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쓰지 말고, 그냥 시작하기
일본어 공부를 또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이전에 실패했던) 인터넷 강의나 책 대신 적당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서 공부하기로 정했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일본어 초급자를 위한 강의 영상이 너무너무 많았다. 무료 학습 자료를 이렇게 쉽게 다양하게 구할 수 있다니, 좋은 세상이다. 그런데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 오히려 선택하기가 더 어려웠다. 예전의 나였다면, 현지 일본어와 흡사한 문장 구성이나 억양, 공부하기 편한지 등을 따지며 제일 효과적인 동영상을 찾느라 시간을 꽤 썼을 것이다. 그러다가 지쳐버려서 막상 공부는 시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회수가 많고 댓글이 많은 동영상 중 그냥 제일 눈에 잘 들어오는 것으로 골랐다. 댓글에 '일본인 친구가 억양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하네요', '일본인 친구가 문장 구성이 이상하다고 하네요', '남성 화자일 때와 여성 화자일 때의 구별이 없어서 아쉽다' 등의 나쁜 평가도 있었지만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지나쳤다. 어차피 나는 이 동영상의 모든 문장을 다 외울 수 없고(1000 문장이다), 영상의 억양을 있는 그대로 따라 하지도 못한다. 이 동영상이 나의 마지막 일본어 공부 자료가 아니고, 만약 이 영상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다음 학습 교재로 보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운동하다가 쓰러지면 근육이 탄탄해지는 건강한 탈진일 터인데
뇌 속으로만 탐색하다 출력된 ‘안 되겠다’라는 결론은 무기력한 멈춤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로 하여금 현실에 첫발을 내딛는 것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시대예보 호명사회 - 송길영
실행에 앞서 가장 나은 방법을 계속 탐색만 하는 것은, 수학 공부를 마음먹고 어떤 문제집이 가장 좋은지를 찾다가 제풀에 지쳐버리는 것과 같다. 사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학 문제집은 다 나름의 장점이 있다. 내가 그 문제집을 끝까지 풀어내기만 한다면 무조건 배움을 얻는다. 여러 사람이 다채롭게 추천하는 각종 영어 공부 방법도 모두 그 나름대로 좋다. 내가 그 방법을 끝의 끝까지 실천하기만 한다면. 탐색은 적당히 하고, 탐색에 쓸 에너지로 일단 실행을 시작하자.
작게 시작하기
가수 성시경씨의 일본어 공부 방법이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술을 마시든, 일이 늦게 끝났든, 어찌 되었건 매일 두 시간은 책상에 앉아 일본어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외국어를 잘하게 되는 방법은 없다. 공부는 엉덩이와 시간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상적이었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은 매일 두 시간씩 공부를 하자고 마음먹으면 작심삼일은 커녕 이틀 연속도 어렵다.
습관은 '시간'이 아니라 '횟수'에 기반해 형성된다.
자신이 원하는 유형의 사람이 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을 취하라.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제임스 클리어
'아무리 지치고 힘든 날이어도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지!'라고 생각되는 '최소한'의 활동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방점은 '시작'과 '지속'이다. 그러려면 작게 시작해야 한다. 요즘 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은 복근 운동은 6분, 계단 17층 오르기는 5분 30초, 일본어 공부는 15분 정도다. 하루만 놓고 보면 '이 정도 시간으로 뭘 이룰까' 싶지만, 그 시간이 매일 쌓이면 변화가 일어난다.
조금 더 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마무리하기 : 내일의 나에게 양보한다.
이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얻은 팁이다. 장편소설을 쓸 때 '이다음 내용은 이렇게 쓰면 되겠다'는 흐름이 생기고 한창 잘 써질 때도 일정한 시간이 되면 펜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그 지점에서 그만두면 다음날 더 수월하게 글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어차피 장편소설이라는 게 하루 만에 쓸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매일 글 작업을 '지속'하기 위한 팁이었다. 감명 깊었다. 나였다면, 글이 안 써질 때는 책상 앞을 떠나 방황하다가, 글이 잘 써질 때는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쓸 것 같은데, 꾸준히 다작하는 성실한 작가는 역시 남다르다.
그래서 나도 달리기를 할 때 '오늘은 몸이 좀 가볍고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날도 그날 미리 정했던 목표 시간에 다다르면 기쁜 마음으로 마무리했다. 달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날에 비해 가볍게 마무리한 다음에는 더 달리고 싶어진다. '더 달리고 싶다'는 마음은 아주 귀하다. 마무리가 가벼웠던 날 다음 번은 달리는 시간을 5분씩 늘렸다. 그렇게 꾸준히 5분씩 늘려나갔더니 처음에 20분으로 시작한 달리기가 결국 1시간이 되었다.
그 밖에 소소한 팁 : 실행 과정을 시각화하기.
나는 제주 기념품샵에서 사 온 '30일 습관달력'을 이용하고 있다. 종이에 1부터 30까지의 숫자가 적혀 있고, 내가 목표한 활동을 실행할 때마다 동그라미를 치거나 스티커를 붙이면 된다. 나는 스티커 대신 날짜를 기입하고 있다. 처음에는 스티커를 붙였는데, 내가 오늘치 활동을 하고 스티커를 붙였는지 안 붙였는지 너무 헷갈렸다. 마지막 스티커가 어제 붙인 것인지 오늘 붙인 것인지 고민하다가 (몹쓸 기억력) 그냥 실행한 날짜를 쓰고 있다. 그러면 헷갈릴 일이 없다.
아픈 날, 힘든 날, 특별한 날에 하루 정도 빼먹는 것은 괜찮다. 하루 빼먹었다고 해서 망한 것은 절대 아니다. 반드시 '매일' 연속해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쉼을 내일의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가급적 이틀 연속 빠트리는 일은 없도록 한다.
올해가 한 달 보름 정도 남았습니다. 성장과 변화를 꾀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계속 지속하면 변화가 찾아옵니다. 연초에 계획했던 목표가 있으셨다면 내년으로 미루지 마시고 '목표에 가까워지는 작은 활동'을 시작하고 "그냥, 계속, 하기"를 해보면 어떨까요.
저는 '성장'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장은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고, '더 나은 나'는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내 마음에 드는 나'입니다. 독자님들 모두 '내 마음에 드는 나'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