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가 어려운 당신에게(2) - 물건 늘리지 않기

감정적인 소비 대신 할 수 있는 일

by 시간부자

정리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은 줄은 알고 있었다. 라인 독서 플랫폼을 둘러보다가 <정리 못하는 사람을 위한 정리책>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책을 자신의 온라인 서재에 저장한 사람이 1만 명이 넘었다. 이 사진을 캡처해서 내게 정리 도움을 요청했던 친구에게 보냈다.

"친구야, 너 혼자만 정리가 어려운 게 아닌가 봐. 힘을 내!"


직전에 쓴 글 <정리가 어려운 당신에게>가 며칠 만에 조회수 2만이 넘었다. 이제까지 썼던 글 중 단연 최고의 조회수다. 정리가 힘들고 괴로운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을 줄이야. (모두들, 혼자가 아닙니다. 힘내세요.)

이전 글에도 쓴 것처럼, <정리>는 <집 안의 모든 물건에 자기 자리를 정해주는 것>이다. 자리를 정해줄 수 없는 물건은 집에서 내보내야 한다. 또한 놓을 자리를 정해줄 수 없는 물건은 구매하지(나눔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기존 물건을 집에서 내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게 얼마 짜린데, 버리고 나서 나중에 후회하게 되면 어떡하지, 잘 보이는 곳에 놔두면 언젠가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등 아쉽고 아까운 마음이 든다. 멀쩡한 물건을 버려서 지구에 해를 끼치는 환경 파괴자가 되는 듯한 죄책감도 든다. 있는지도 잘 몰랐던 물건이 세상 아깝고 어떻게든 새 생명을 불어넣어야 할 물건으로 돌변한다. 그래서 '기존 물건 비우기' 보다는 '새 물건을 신중하게 들이기'가 문 단계로 적절하다. 본격적인 정리에 앞서 수납장부터 사려고 마음먹는 분들께는 '수납장도 새 물건'이니 구매를 잠시 보류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물건을 신중하게 들이기 위해 '이걸 사서 어디에 둘 것인지, 그러면 이미 그 자리에 있던 물건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해 보는 것 외에 다른 방법도 있다.


'돈이 부족하다. 재정적인 여유가 없다. 생활이 빠듯하다'는 느낌이 들 때 하게 되는 소소한 소비를 경계하라. 신기하게도 돈이 없다고 느낄 때 뭔가를 더 사고 싶어진다.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결핍감이 생기고, 그 결핍감을 해소하기 위해 물건을 구매한다. 새로운 물건으로 결핍감을 메꾸려 하는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돈이 부족해서 생기는 결핍감>은 < 많은 돈을 가지는 것>으로 해결해야 지만 인간은 그런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돈이 부족하니 돈을 더 벌자"는 것은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우리는 항상 더 쉽고 빠른 해결책을 원한다. 그래서 돈이 부족할 때의 그 결핍감을 채우기 위해 새 물건을 구매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돈이 부족한 상태이니 비싸고 좋은 것은 못 사고, 작고 저렴한 걸로 소비 욕구를 푼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가 곧 '지위의 확인'이기 때문에 돈을 쓰면서 자신의 낮아진 자존감이 잠시 회복되는 느낌도 든다. 원시 수렵사회에서 작은 동물 사냥에 성공했을 때 느꼈을 법한 감정이다.

그런데 이런 재정적인 결핍감에서 비롯한 소비는 궁극적인 만족감을 주기 어렵다. 마치 '진짜 좋은 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허전하고 외로워서 그냥 사귀는 연인'에게서 충만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물건이 정말 갖고 싶은 건 아닌데, 사실 갖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데 그건 너무 비싸서 못 사지만, 그래도 내가 이 정도는 살 수 있지' 이런 마음으로 물건을 사는 것은 깊은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돈은 돈대로 없어지고, 집에 물건만 더 쌓여 어수선해진다.

돈이 부족해서 결핍감이 들었고, 그 결핍감을 물건 구매로 해소하려 했지만, 물건 구매가 주는 만족은 오래 가지 못하고 돈은 더 부족하게 되어 결국 더 결핍감을 느끼는 악순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물건 구매 대신 '행동'을 하자. 쉽고 빠른 소비 대신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산책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도서관에 가는 것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달리기나 운동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의지력이 많이 필요한 운동 같은 활동보다는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된 아름답고 쾌적한 공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서울 부근에 사는 사람이라면 서울역 주변에 있는 손기정문화도서관이 있다. 아름답고 쾌적한 공간, 무료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책, 햇빛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서 공간과 시간을 충분히 누리며 여유를 만끽해 보자. 대중교통비 외에 추가적인 돈을 쓰지 않아도 풍요를 누릴 수 있다. 한강 공원들, 동네 하천 주변 산책로, 남산 순환산책로, 궁궐, 성곽길, 동네 도서관 등등 찾아보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곳들이 참 많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이미 필요한 물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불현듯 솟구치는 결핍감은 '가지고 있는 물건이 부족해서' 비롯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 결핍감의 원인을 직시하자.


물건 구매로 결핍감을 달래는 대신 무료인 좋은 공간에 가보자. 아름다운 공간을 충분히 만끽하다 보면 '지금 가진 것으로 충분하다. 부족하지 않다'는 느낌이 자연스레 들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어수선한 자신의 공간을 마주하게 되면, '내가 가진 것이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는 자각도 들 것이다. 아름다운 공간에 자리 잡은 물건 개수와 비교하면 우리들의 집에는 물건이 너무 많다. 그런 마음이 들면, 기존의 물건을 조금 더 정리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 마음이 들면, 물건을 비우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해진다.


미니멀리즘은 행복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소유가 아닌 행동이다.
- 책 '버리면 버릴수록 행복해졌다', 최윤정


"정리가 안 될 때는 새로운 물건을 들이지 말자. 수납장도 새 물건이다."


"갑자기 무언가 사고 싶은 충동이 들 때는 갈급하게 구매하는 대신, 좋아하는 활동을 하거나 아름다운 공간에 방문하자."


"당신은 충분히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 어쩌면 충분을 넘어 너무 많아서 문제다."


그래도 구매 충동이 달래지지 않고 뭐라도 사고 싶은 기분이 계속된다면, 질 좋고 예쁜 양말을 한 켤레 사고 기존 양말 중 가장 낡은 것을 비우자. 쉼 없이 스크롤을 내리며 링크를 타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되는 온라인 구매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양말을 눈으로 직접 보고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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