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출발 전 걱정되는 것들

by 시간부자

이사가 보름 남짓 남았다. 비, 이사, 적응에 정신없이 휩쓸리기에 앞서 떠나기 전의 설렘과 걱정을 미리 기록해 두는 것이 좋겠다. 지난 글에서는 농촌유학 로망에 대 썼으니 이번 글은 걱정 대해 적어보려 한다.

벌레

시골에는 벌레가 정말 많다고 한다. 종류도 다양하고 개체수도 많다고 들었다. 나는 남원시 운봉읍 시골마을에서 태어나고 컸는데도 벌레를 무서워한다. 두려움보다는 징그럽고 꺼림칙하다. 도시 남자인 남편도 벌레를 싫어한다. 콩콩팥팥, 아이들도 크면서 곤충에 단 한 번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평소 용감무쌍한 둘째는 개미를 너무 무서워해서 잘 놀다가도 개미만 보이면 "개미!!"라고 소리를 지르며 내게 달려왔다. 평소에도 겁이 많은 첫째는 지렁이가 무서워서 비 오는 날을 싫어하고, 농촌유학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으로 송충이를 꼽고 있다.


이런 우리 가족이 유일하게 키운 곤충은 둘째가 유치원에서 받아온 장수풍뎅이였다. 대체 이런 걸 왜 보내는 것이냐며 절규했지만 되돌려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애벌레 상태로 톱밥에 파묻혀 각 가정에 보내진 장수풍뎅이는, 부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던 나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충으로 자라났다. 우리 가족은 그에게 '장풍이'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전용 사육통과 젤리 먹이까지 구입하여 돌보았지만, 그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우리 가족 누구도 장풍이를 손으로 만지지 못했다. 정식 사육통을 마련해 주기 전에 장풍이는 임시 거처였던 플라스틱 통을 뚫고 거실로 탈출한 적이 있다. 거실을 활보하는 장수풍뎅이 한 마리 때문에 인간 네 명이 안방에 오글오글 모여 어떻게 해야 하나 장시간 대책회의를 했을 정도로 우리 가족은 벌레와 곤충에 속수무책이다.


이런 우리 가족이 농촌유학을 가게 되면 (남편은 도시에 남아 있으므로) 벌레와 곤충에 대항하는 것은 내 몫이다. 그래서 농촌유학 신청서 접수할 무렵부터 (종교는 없지만) 매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부디 벌레를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를 주세요." 천사소녀 네티의 영향을 받았을 이 기도문을 자주 읊은 덕분인지, 이미지 트레이닝 덕분인지 다행히 상상 속의 벌레는 이제 그렇게 무섭지 않다. 사실 벌레보다 더 무서운 건 따로 있다.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릴 때 시골에서 뱀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거나 (전생이 있다면) 전생에 뱀에게 잡아먹힌 개구리였나 싶을 정도로 뱀을 무서워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무서워하면 더 잘 보인다. 등산할 때,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동행은 알아보지 못한 뱀을 나만 보았고, 그때마다 몸이 굳고 얼어붙어서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내 걱정을 들은 지인들은 "아무리 시골이어도 집에 뱀이 나오겠어?"라며 위로했지만, 나는 보았다. 앞으로 살게 될 낡은 시골집을 둘러보며 "집 뒤가 대나무 밭이어서 뱀이 나올까 봐 걱정이에요"라고 말했을 때 함께 을 둘러보던 교감 선생님과 마을 운영위원장님이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리시는 것을. 아니라고 해주시길 내심 바랐는데 동조를 해주시다니.


고향 시골집의 마당이 시멘트가 아닌 흙이었을 때 비가 오면 뱀이 마당에 종종 나오곤 했다. (그 뱀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때는 어릴 때라 "할머니!!!" 소리를 지르며 할머니를 부르고 벌벌 떨고 있으면 나머지는 할머니가 다 알아서 해주셨다. 나는 무서워서 할머니가 뭘 어떻게 하는지 쳐다보지도 못하고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아마 긴 장대 같은 것으로 뱀을 집어 담 밖으로 던지셨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런데 이제는 나의 아이들이 "엄마!!!"하고 내게 달려오면 내가 언가를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뱀을 상대로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인간 세 사람이 뱀이 무서워 마당에 나가지 못하고 집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그래서 우리는 고양이 사료를 준비해 가기로 했다. 시골에는 집 없는 고양들이 많이 고 있다. 사료 때문에 우리 집 마당에 드나드는 고양이가 많아지면 뱀이 알아서 고양이를 피하거나 뱀이 나타나도 고양이가 우리 대신 뱀을 괴롭혀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부모님은 백반을 준비하라고 하셨다. 평소 부모님 말을 지지리도 안 듣는 편이지만 백반도 꼭 준비해야겠다.

*뱀 퇴치법에 대한 지혜로운 댓글은 무조건 환영입니다*


사람

역시 제일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이웃이 두려운 것은 전혀 아니다. 원한 없는 우발적인 강력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 무섭다. 주거침입강도, 강도상해, 강도살인 등등,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이런 범죄에 대한 걱정이 안에 있다는 것이 놀랍다.


원한 없는 우발적인 강력 범죄가 뉴스에 보도될 때마다 그런 피해를 당한 사람이 안타깝고 화도 났다. 그리고 그런 사건을 보며 '나는 저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마치 '피해를 당한 것은 조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피해자의 책임을 일부라도 인정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그런 일을 당한 것은 그저 운이 나빠서였고 (어쩌다 그 시간에 거기를 지나게 되어서), 그런 범죄는 100% 가해자의 잘못이다. 그래서 그런 사건이 보도되면, 일부러 더 아무것도 조심하지 않고 평소처럼 의연하게 행동하려 노력함으로써 공포에 움츠러들지 않고 대항하려 했다.


그런데 시골집 마당에 담이 거의 없고, 집의 출입문 형태와 시정장치가 영 못 미더워 그런지 자꾸만 '강도가 마음 먹으면 너무 쉽게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시골 마을에 강도가 찾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만 '만약에, 혹시라도'로 시작하는 걱정이 슬며시 떠오른다. 이건 아무래도 운에 맡겨 놓고 조심하지 않음으로써 대항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시골집 수리가 완료되면 시정장치를 더 단단히 해서 불안을 붙들어 매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걱정 없이 지내고 싶다.



글을 쓰기 위해 한동안 생각을 해봐도 벌레, 뱀, 강력범죄 외에는 크게 걱정되는 것이 없다. 뭘 알아야 구체적으로 걱정도 될 것인데, 시골집에서 살림의 주책임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몰라서 더 태평한 것 같다. 가봐야 알겠지. 미리 걱정하지 말고 가서 직접 부딪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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