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은 도시의 초등학생, 중학생이 최소 1년 농촌 학교로 전학을 가서 학교 근처 주거지에서 생활하며 학교를 다니는 제도다. 도교육청에서 지원자의 신청을 받아 학교의 면접을 거쳐 농촌유학 대상자를 선발하고, 도교육청과 지자체에서 매월 소정의 지원금이 나온다.
농촌유학을 가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동생이 물었다.
"언니, 농촌유학에 애들도 데려가는 거지"
웃음을 터뜨리며 "농촌유학에서 유학생은 애들이야. 어른인 나 혼자 유학을 가겠다고 하면 학교와 농촌에서 유학생으로 안 받아줘~"라고 알려주었으나 속으로는 뜨끔했다. 역시 혈육이라 나를 잘 아는구나 싶었다. 농촌유학 결심에 아이들은 명분이고, 사실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나라는 것을 동생에게 간파당했다.
전라북도 교육청에 제출했던 신청서에는 농촌유학 신청 동기를 이렇게 적었다.
"어릴 때 친구들과 고향 시골마을에서 방학 내내 뛰어놀며 즐겁게 보낸 기억은 이후 도시생활의 삭막함과 경쟁에서 나를 지켜주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시골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시골, 농촌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농촌유학을 신청한다.'
신청서 내용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다. 아무리 내가 농촌유학을 원했어도 아이들에게 안 좋다고 여겼다면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내 결심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다만 신청서에는 엄마로서 아이들의 유학신청 동기를 적어야 했기 때문에 미처 드러내지 못한 내 개인적인 로망도 있다.
2022년 6월 브런치를 갓 시작했을 때 적었던, 일과 집에 대한 로망이다.
"일하는 장소에 제약이 없어서 도시가 아닌 곳에서 살면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집중해서 일해도 되면 좋겠다. 논리 싸움이 아닌 인간의 마음이나 오감을 만족시켜서 대가를 받는 일이면 좋겠다."
"햇볕이 잘 들고, 마당이 있어 빨래나 채소를 직사광선에 말릴 수 있는 집, 방은 2개 정도로 크지 않은 거실과 부엌, 간소한 살림을 둔 소박하고 단정한 공간에서 살고 싶다."
농촌유학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첫 순간부터 강한 호감을 느꼈다. 농촌유학이 그간 간직해 온 일과 집에 대한 로망을 실현할 기회임을 직감했던 것 같다. 고되고 힘들었던 출산과 육아가 로망을 펼칠 기회가 될 수도 있구나 생각될 정도였다.
사십 이전까지는 결과가 훤히 보이는 안전한 선택만 했다. 그런데 농촌유학은 어떤 생활이 펼쳐질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시골집에서의 살림과 생활이 너무 별로일 수도 있고, 챗GPT가 추천한 브런치북 제목처럼 '승소보다 제초가 힘들다'라고 깨달을 수도 있고, 학생 수가 적은 농촌 학교에 아이들이 적응을 못할 수도 있고, 변호사 아닌 다른 일에 영 소질이 없다는 슬픈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해도 괜찮다. 정확히는, 예상과 다른 상황이 펼쳐져도,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 원래 걷던 길에서 벗어나 다른 길로 걸어도 큰일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치고 싶다. 나 스스로도 *성 밖의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고, 우리 아이들도 그런 사람으로 자라도록 돕고 싶다.
<<먼 북소리>>에 나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처럼, 도시가 아닌 곳에서 살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삶, 살아보고 싶은 곳에 살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 아침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해야 할 일(하루키의 경우 글쓰기와 번역)을 오전에 모두 끝내고, 이후 느긋한 마음으로 장을 보고 직접 요리를 해 간소하게 먹고, 책이나 영화를 보며 느긋하게 하루를 마감하는 생활.
볕이 잘 드는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 마당과 햇빛을 충분히 누리면 더 행복할까. 적게 일하면서 적게 벌고, 덜 소유하면서도 더 풍요롭게 사는 삶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나는 농촌유학에 간다.
*성 밖의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애정하는 유은실 작가님의 책 '순례주택'에 나오는 표현을 차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