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이사 준비

by 시간부자

자동차 두 대로 이사를 하기로 했다. 원래의 집을 그대로 두고 두 집 살림을 하게 되었다. 남편 짐 없이 나와 아이들이 당장 쓸 것만 챙기면 되니 짐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꿈꾸는 미니멀라이프의 최대 걸림돌이 남편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남편 짐이 없으면 SUV 2대로도 충분하다'라고 예상했다. SUV 두 대의 2열을 눕혀서 트렁크 공간을 최대로 확보하고, 남편과 내가 아이 한 명씩 태우고 운전하면 문제없는 이사가 되리라 예상했다. 포장 이사가 아닌 우리 가족만의 힘으로 하는 이사를 해보고 싶기도 했다.


평소 쓰던 물건을 들고 가야 해서 짐을 미리 싸두면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삿짐 목록만 열심히 만들어두고, 이사 전날에야 목록을 보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가진 물건은 내 생각보다 많다. 이사 전후 내게 집 정리 도움을 요청했던 지인들처럼, 나 역시 물건이 차고 넘쳤다. 알지 못했던 물건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가지고 갈까 말까 고민되면 그냥 놓고 가자, 최소한의 물건으로 간소하게 살아보자'라고 마음먹었는데도, 준비해야 할 물건이 생각보다 많았다. 내가 고른 마당 너른 시골집은 기본 가전, 가구가 하나도 없다. 통돌이 세탁기를 새로 주문했고, 남편이 회사에서 쓰던 냉장고를 가져왔으며, 전자레인지를 중고로 구매했다. 가서 밥을 해 먹으려 하니, 밥솥, 냄비, 프라이팬, 전기주전자, 그릇, 주걱, 뒤집개, 국자, 숟가락 젓가락, 밀폐용기 등 부엌살림도 챙겨야 한다. 큰 살림 외에도 옷, 양말, 속옷, 휴지, 샴푸, 책, 노트, 필기구, 충전기 등 잔짐도 참 많다.


캐리어 몇 개로 가뿐하게 이사가 가능한 유목민 같은 가벼운 삶을 꿈꿨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음을 7년 만의 이사를 통해 깨닫는다. 원래 집 냉장고에 식재료를 남겨두지 않기 위해 한동안 장을 보지 않고 열심히 '냉장고 파먹기'를 했는데도, 냉동실에는 미처 다 먹지 못한 삼겹살과 만두가 약간 남았다. '식재료를 쟁여놓지 않고, 냉동실에 늘 빈자리가 있다'라고 자부했던 것은 자만이었음을 깨달았다.


이사는 자신의 소유물을 제대로 마주하고,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기준으로 비우고 정리할 기회다. 농촌유학 이사를 계기로 불필요한 것을 비워내고, 더 가볍고 간소하게 살고 싶다. 계절상 지금 입을 수 있는 옷이지만 캐리어에 자리가 부족해 본집에 두고 가는 여분의 옷이 정리 대상 일 순위다. 농촌유학을 마칠 때는 하루 종일 이삿짐을 싸지 않아도 될 만큼 가벼운 상태로 돌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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