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책방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꼭 하는 행사가 있다. 이런 행사가 책방에서 하는 행사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사실 책방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가끔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걱정이 슬며시 올라오면, 마음 한편에 숨어있던 로망을 다시 꺼내 든다.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이상한 로망 같은 것이 있게 마련인데, 나에게는 이 행사가 그런 것이다. 북적이는 사람들과,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그곳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는 항상 반짝이는 물건들, 그리고 오고 가는 간단한 대화, 괜스레 마음이 넉넉해지는 시간과 장소, 그 모든 것들이 함께 버무려진 곳. 딱히 특별한 것 없지만 그래도 유년의 추억이 조금은 스며있을 것 같은 그곳, 시장.
그 은성하고 따뜻한 이미지에 대한 로망이 너무 강해서, 책방을 열면서부터 "토요장터"를 시작했다. 다른 행사들과 마찬가지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한 행사였다. 아주 단순하게 '물건을 사고 판다'는 기본 지식만 가지고 시작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단순무지의 힘으로 시작한 행사였으니 예상 가능하게도 참여자가 정말 없었다. 마을 모임에서 아는 분들이 마침 바쁜 일이 없어서 놀러 오시게 되면 그달의 "토요장터"는 대박인 날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터를 접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조금씩 판매하는 물품이 늘어나면 찾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낙천적인 생각만 했다. 동생을 통해 알게 된 '한국 와인 소비자 협동조합'에 무작정 연락해서 와인을 갖다가 판매하시라고 하고, 아는 분들께 연락을 드려서 액세서리나 디퓨저 등을 갖다가 진열해놓았다. 요리를 잘하는 동생을 꼬드겨서 장터에서 판매할 만한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오게 했다. 작지만 장터로서의 구색은 갖추기 위해서 어쨌든 이것저것 갖다 놓기는 했다.
하지만 장터 시간이 돌아와도, 책방에는 나 혼자 앉아 있거나 나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만 멀뚱멀뚱 앉아 있곤 했다.
홍보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책방 이름조차 알려지기 전인 데다, 메인 상권에서 동떨어진 뒷골목에 숨어 있는 위치에서 장터가 열리니 사람들이 찾아올 리가 없었다. 확성기라도 들고나가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기분만 그럴 뿐 사실 그렇게 낯짝이 두껍지도 않았다. 그저 SNS에 정성껏 안내를 올리고, 책방 문 앞에 포스터를 붙여놓는 게 전부였다.
대체로 만들어온 음식들은 넉넉하게 남았고, 판매를 위해 가져온 와인은 대부분 나와 나를 아는 지인들이 구매를 했다. 장터가 끝나고 나면 남은 음식은 훌륭한 안주가 되었고, 구매한 와인은 그 자리에서 다 마셔버렸다. 그러면서, 장터는 먹고 마시는 게 묘미지, 하고 위안을 삼곤 했다.
책방에서 번잡스러운 느낌이 드는 장터를 여는 것이 어쩌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책방이 책을 읽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모여야 하는 공간이라는 믿음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조금 떠든다고 해도 책을 읽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북적이는 시장 한편에 책방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책방 한편에 때로는 시장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껏 열린 "토요장터"는 내가 워낙부터 갖고 있던 로망의 이미지가 아직까지는 한 번도 구체화된 적이 없다. 그렇게 많은 물품이 있던 적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드나든 적도 없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판매할 물건이 조금 더 다양 해질 테고 방문할 사람도 한 두 명은 더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 기대를 접지 않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장터를 열 것이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은성하고 따뜻한 시장이 열리기를 기대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