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책방 이야기 24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by 초콜릿책방지기

<그림책 만들기 소모임>은 모임 날짜가 참가자들의 일정에 따라서 종종 바뀌는데, 요즘에는 화요일에 모이고 있다. 그래서 화요일 오후 1시가 되면, 책방은 화실로 변신한다. 책방 가운데 자리한 널찍한 나무 테이블 위는 화구와 스케치북, 그림 등이 펼쳐져 있고, 모두들 열중해서 그림을 그린다. 소모임을 이끌어주시는 작가님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골똘히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내게는 경이로운 광경이다. 그런데 오후의 햇살까지 책방에 비쳐 들면, 종종 넋을 놓고 그 광경을 바라보게 된다.


그 광경은 책방에서 흔히 보게 되는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비슷한 행위 같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그 광경에 대한 감상은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각자 자신의 세계에 몰두해 있다는 점은 책을 읽을 때나 그림을 그릴 때나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들은 자꾸만 좀 더 고양된 어떤 감정을 희미하게나마 생각나게 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창작을 하고 있는 것과 창작물을 소비하고 있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종종 보게 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볼 때 느끼는 감정과 사뭇 다르다. 그러니까 결정적인 차이는 창작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여부가 아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할 때면 얼굴이 새 모양으로 변신한다. 완전히 몰입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을 때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입이 뾰족하게 튀어나온다. 마치 새의 부리처럼 말이다. 약간이라도 입을 벌리고 있으면 입안에서 금방 침이 툭 떨어진다. 그럼에도, 몰두한 아이들은 침이 떨어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다. 만들고 있는 것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버렸기 때문에 입안에서 침이 떨어지는 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과 비슷한 점을 <그림책 만들기 소모임> 시간에 엿보게 된 것 같다. 분명히 아무도 입을 내밀고 있지 않지만, 내 눈에는 그곳에 있는 모두의 입이 새의 부리로 변신한 것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새처럼 변신했지만, 날개를 펴고 날지도 않고 붙박여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먹이를 찾는 것도 아니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한 곳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마치 각자 가지고 있는 형형색색의 날개를 접어 감추고,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오후의 햇살이 들어오면, 나는 그들이 감추고 있는 날개가 테이블 위에서 뿐 아니라 햇살 속에서도 어른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에 그 시간 동안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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