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문장 한 줄
초콜릿 카페를 열고 나서 처음에는,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떨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말을 할 때도 목소리가 떨려서 나오거나 목이 메곤 했고, 손님에게 음료를 서빙해줄 때는 내 손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진 음료 잔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루에 한두 명 올까 말까 한 손님이라도, 문이 열리는 소리만 나면 어디론가 숨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러다가도 손님이 한 명도 없는 텅 빈 매장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손님이 오면 오는 대로, 오지 않으면 오지 않는 대로 괴로운 날들이었다.
꼬박 1년 동안은 돈을 전혀 벌지 못했다. 오히려 갖고 있는 돈을 계속 까먹기만 했다. 역시 햄버거 가게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생 앞에서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동생도 역시 풀이 죽어있는 상태였다. 동네서 사는 사람들이 텅 비어 있는 가게가 궁금해서 들어왔다가 더 큰 걱정을 남기고 돌아가곤 했다. 아주 빈번하게, 만들어놓은 초콜릿 봉봉과 케이크들을 버리고 다시 만들었다. 덕분에 장사가 잘 되지 않아도, 초콜릿 만드는 작업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망하지 않기 위한 날들이라서,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면 그것만으로 의미 있던 시간이었다. 내가 그 일을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그런 것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초콜릿에 관해 좀 더 진지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려고 애를 썼다. 어쩌면 손님이 오지 않는 이유가 초콜릿의 매력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어려움들은 초콜릿의 문제라기보다는 모든 초보 자영업자가 겪는 어려움이 아니었을까 한다.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망망대해에 뚝 떨어져서 보물섬을 찾아서 가는 첫 항해자처럼 말이다. 항해에 관한 지식이라곤 책에서 읽은 것이 전부인 초보 항해자에게 배를 움직이는 일은 엄청난 용기 혹은 절박함이 필요할 것이다.
동생과 나는 용기보다는 절박함에 기대어 그 시간들을 헤쳐 나왔다. 항로가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섬에 도달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고, 그래도 다행히 우리가 도달한 곳이 척박한 무인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3년 여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조금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돈을 벌게 되었다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 좀 더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절박함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도 된다. 초콜릿을 중심으로 생각하던 생활에서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생활도 가능해졌다.
돈이 행복지수를 조금은 높여준다는 것에 나는 동의한다.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돈이 없을 때보다 돈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돈을 벌게 되면서 이전에는 못 가던 여행도 가게 되고, 맛있는 음식도 전보다는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망하기 않기 위한 한 가지 목표만 갖고 있을 때보다 더 자주 동생과 다투게 되었고, 이전과는 다른 불안감이 커지게 되었다. 서로 다른 취향과 서로 다른 생각들이 조금씩 표면화되었고, 망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지속성에 관한 불안감으로 바뀌면서 그 정도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진심으로 진지하게, 초콜릿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마 망했다면 그런 생각을 해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고,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다면 그런 생각이 사치였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돈을 벌었기 때문에 생각해볼 수 있었던 문제였다. 그래서 어쨌거나 나는 돈이 행복지수를 조금은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여타의 부작용과 더하기 빼기를 해보고 나니, 아주 많이는 아니고 조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