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책방 이야기 4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문장 한 줄

by 초콜릿책방지기

4. 초콜릿과 책방이 함께 있다면 어떨까.


돈이 행복지수를 조금은 높여준다고 내 입으로 분명히 말을 해놓고는, 책방을 열고 싶다고 하니까 주변에서는 아무도 납득을 하지 않았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짓(!)은 하지 말라고 말렸다. 역시 책은 이렇게 인기가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괜히 서러웠다. 작은 책방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동네 책방을 낸다는 것은 남극에서 에어컨을 판매하는 것처럼 무모한 행동이었다.


그래도 우겨서 부동산부터 찾아갔더니, 책방은 어차피 망할 거니까 무조건 월세가 저렴한 곳으로 가라고 해주셨다. 책방도 엄연히 장사인데, 어차피 망할 거라니. 초콜릿도 판매할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마이너스 점수만 더 얻게 되었다. 술이나 음식 장사도 아니고, 아무나 먹지 않는 초콜릿으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생각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부동산에서 하는 말은 대부분 맞는 말이었다. 책도 거의 읽지 않는 데다가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하루 만에 배송을 받는 시대에, 사업성으로 따지고 보면 책방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아이템이었다.


아무나 먹지 않는 초콜릿도 마찬가지다. 초콜릿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평범한 동네 사람들은 드물었다. 우연히 들어온 손님과 일부러 찾아온 손님의 느낌도 달랐다. 단골들의 특징은 더 도드라져서, 개성이 뚜렷하고 취향이 분명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것 같은 취향 종결자들이었고,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초콜릿을 판매하는 책방을 열어 놓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초콜릿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곳에 섞어놓기만 해도 매력적인 조합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초콜릿 책방을 낸다는 것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꿈을 현실화하거나 자아실현의 기회로 삼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도 드물고, 수제 초콜릿을 사 먹는 사람도 매우 적기 때문이다. 가게를 낸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대중의 기호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무언가를 내놓는다는 것일 텐데, 나는 초콜릿 카페를 3년 넘게 운영을 해보고도 아직 장사의 기초와는 거리가 먼 사고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취향을 확실히 드러내기 힘든 평범한 나는,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향한 동경을 갖고 있다. 인터넷이나 대형 책방의 베스트셀러가 아닌 동네책방의 독립출판물이나 희귀한 서적들을 찾아다니는 사람들과,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달달한 공산품 초콜릿의 맛보다는 수제 초콜릿의 섬세한 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취향에 대한 동경을 분명히 갖고 있다. 나 또한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수제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내 취향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자신의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을 위한 가게를 내면 망하는 것일까.


아직 검증해보지 않아서 알 수 없다. 그리고 가게는 취향에 대한 생각과 또 다른 차원의 다양한 변수와 함께 운영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초콜릿 책방은 돈을 잘 벌 수 있는, 대중적인 취향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어쩌면 이곳에서,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과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리고 서로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된다면 인생이 좀 더 풍부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나는 망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초콜릿 책방을 내려고 한다.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면 나뿐 아니라 초콜릿 책방을 찾는 사람들의 인생이 조금은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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