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한 해가 시작되고 나니 새로운 시작에 대해 생각하기에 앞서 그동안 살아왔던 날들을 먼저 되돌아보게 된다. 그간의 삶을 되돌아보면 이사라든가, 취업, 결혼, 출산 같은 것들을 결정했던 행동이 인생을 규정지어 온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선택은 주어진 인생이라는 미로 속에 있는 갈림길과 같았고 갈림길 앞에 서면 어느 쪽이 제대로 된 목적지로 향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지만 어찌 되었든 그중 하나를 선택하고, 한 곳을 향해서 가곤 했다. 가다 보면 그 길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미로의 초입에서는 다른 길에 대한 미련이 많았지만 중반 이후로 접어들었다고 느껴지면서 갈림길 앞에서도 조금 무감해지게 되는 것 같다. 결국은 어딘가에서 끝나버릴 것이라는 확신에 더 가까워졌기 때문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의 미로를 들여다보면서 길을 가르쳐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때로는 막다른 길에 들어선 것 같은 막막함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서글픈 마음으로 뒤돌아보기도 했다. 인생을 은유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흔하디 흔한 비유로 생각하게 되는데, 책방에 관해서 생각하다 보면 흔한 비유라고 해도 생기를 띄게 되는 것을 느낀다. 아마 책방과 나는 분리할 수 없는 것이지만 또한 따로 존재하면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방은 분명히 내가 운영하고 있는 것이 맞지만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나와 연결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분리되어 있는 유기체인 것 같다. 미로 속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책방의 운명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책방은 책방만의 운명을 따로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책방만이 가진 얼굴이 따로 있는 것 같고, 그 얼굴을 보면서 나는 힘을 얻기도 하고 축 처지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느끼게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책방을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가 이제는 책방을 아껴주는 손님들에게로 무게추가 옮겨갔기 때문인 것 같다. 초콜릿 책방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주문하는 책들과 그들이 이 공간에서 함께 마시고 웃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과 특별한 모임들이 책방을 구성하고 살아 움직이게 한다. 책방지기는 이제 보조자의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서 함께 미로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라기보다는 책방이 가느다란 끈을 드리우고 책방지기가 따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새해에는 책방이 이끄는 대로 충실하게 잘 따라가 보려고 한다.
지난 한 해, 초콜릿 책방을 아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